요즘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i)와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의 '리턴 투 러브(Return to love)'로 하루를 시작하고 공부하는 중간에 듣기도 한다.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산림 속 도로의 모습, 위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이내 사라지고 백발의 신사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그러다 선글라스를 끼고 녹음실로 들어온 안드레아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노래를 시작한다.
세월이 꽤 지났는지 살도 더 빠지고 건장해 보였던 신체도 줄어든 듯한 모습이지만 감미로우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이탈리아어가 대부분이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서정적이고 뭔가 사연이 있는듯한, 아름다운 선율에 나는 어느새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음악을 듣는다. 그의 모습과 함께 부르는 또 다른 가수, 엘리 굴딩의 목소리에 빠져든다. 알아듣는 가사는 중간에 나오는 'One more time'이 유일하지만.
안드레아(남편)의 아침을 준비하러 나가면서 이 음악을 틀어놓은 채 부엌 향하곤 했다. 일주일쯤 지나자 그들의 노래를 함께 듣던 나의 안드레아는 한 마디 덧붙이며 미소를 짓는다.
"안드레아( 보첼리)에 다시 빠졌군!"
원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집중할 수가 없어서 가사가 있는 음악은 되도록 안 트는 편이다. 클래식이나 가사가 나오지 않는 영화 OST를 주로 튼다. 하지만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는 대중적이면서도 긴장을 풀어주는 느낌이 있어서인지 조금씩 자주 들었다. 크게 집중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휴식할 때나 공부하는 사이사이에, 잠들기 전에, 아침에.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탈리아어지만 그저 그의 목소리가 때로는 자장가처럼 들리기도 하고 나른해진 나를 일깨우기도 하며 왠지 모를 의기소침함을 달래주는 위로 같아서일까.
그의 음악을 처음이자 가장 많이 감상한 노래는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부른 'Time to say Good bye'이다. 알아보니 원래 이 노래는 보첼리가 1995년 보첼리가 낸 첫 앨범 <Bocelli>에서 발표된 곡이라 한다. 우연히 이 노래를 들은 영국의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이 절친인 독일의 복서 은퇴 기념곡으로 함께 작업하여 그녀의 앨범 'Timeless(1997)'에 수록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제목은 'Con te partirò인데 여기에도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원래 이탈리아 제목은 영어 제목처럼 작별이나 이별을 뜻하는 표현이 아니라고 한다. '너와 함께 떠나자'라는 의미로 보통 졸업식이나 결혼식처럼 새 출발을 축하하는 곡이라는 것이다. 작별은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니 아예 뜬금없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저 작별로만 끝나는 단절과 슬픔이 아니라 애도의 기간을 지난 후 새 삶을, 혹은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생명력과 희망을 주는 듯하여 더욱 의미심장하다고 여겨진다.
어떤 책을 좋아하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기도 하고 작가에 대해 좀 더 알아가듯이 보첼리를 좀 더 알고 싶어졌다. 그는 1958년생으로 사라 브라이트만과는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최근 함께 작업한 곡의 엘리 굴딩(1986년)과는 거의 30년 차이다. 할아버지와 손녀뻘이지만 어마어마한 나이 차가 실제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목소리가 잘 어우러져 놀랐고 보첼리의 프로필에 나온 학력에 또 한 번 놀랐다. 세계적인 테너이자 시각 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는 보첼리는 당연히 음악 집안이나 유사 배경의 경력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피사 대학 법학과 출신이라는 표기가 주는 이질감 때문이다. 이성과 논리를 앞세워야 하는 다소 냉철한 이미지의 법학도와 감성과 예술의 상징인 가수 이미지의 색다른 조화란.
루치아노 파파로티, 셀린 디옹 등 팝 가수, 클래식, 오페라를 오가며 크로스오버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감동을 주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을 들어보길 권한다. 내게 좋은 음악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음악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예술적 매력과 치유, 감동이 있는 음악, 통역이 필요 없는 목소리를 한 번쯤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추운 겨울 자신은 볼 수 없지만 늘 상대를 위해 미소 지으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 자신을 맡겨보길…
Duets (30th Anniversary) 아티스트 Andrea Bocelli발매일 202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