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M & DAVE DID A HOLE 』
월요일 샘과 데이브는 구멍을 팠어요.
"파는 걸 언제 멈춰야 할까?" 샘이 물었어요.
"우리에겐 할 일이 있어. 굉장한 걸 찾아낼 때까지 계속 파야 해."
"We won't stop digging until we find something spectacular."
본문 중에서
다짜고짜 땅을 파러 간 두 사람, 샘과 데이브. 그들의 반려견인 듯한 점박이 강아지 한 마리가 그들 곁을 지키고 있다. 왜, 어떤 배경으로, 무엇을 목적으로 땅을 파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쌍둥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친한 친구처럼 보이기도 한두 사람. 아이인 듯 보이기도 하고 어른인 듯 보이기도 하다. 둘 다 긴 삽을 들고 장화와 모자를 쓴 채 누구보다도 진지한 모습으로 구덩이를 팔 준비를 하고 있다. 정확히 무엇을 파야 할지는 모르지만 그 무언가가 굉장히 멋진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 과연 샘과 데이브는 그 멋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까.
작가 맥 바넷(Mac Barnett)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1982~)에서 태어났으며 독서가 힘든 아이들을 돕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외에 <늑대와 오리와 생쥐>, 모양 3부작 시리즈 등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독자들이 책 속으로 기꺼이 들어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야기를 추구하며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 열린 결말과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특징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존 클라센(Jon Classen)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출생(1981~)으로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무대 장식, 디자인 일을 하면서 단순한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이는 그림책 작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꽉 찬 배경과 복잡한 이야기가 없어도 그가 숨겨 놓은 재치와 유머는 충분히 재미를 준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다소 황당한 장면과 결말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린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작품으로 형상화한 듯 보인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하늘에서 돌이 쿵!>과 같은 작품을 썼다.
두 주인공은 땅을 조금씩 파 들어가기 시작해 어느새 자신들의 키를 훌쩍 넘는 깊이만큼 팠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샘과 데이브는 쓸데없는 일을 시작한 것일까? 하지만 독자는 안다. 약간만 방향을 달리해서 조금만 더 파 보면 정말 값진 보물을 발견하리라는 것을. 아, 강아지도 있다. 후각의 천재, 개의 눈빛과 몸짓은 확실한 치트 키(cheat key)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발현된다. 이들이 처한 임무를 실현할 길이 뻔히 보이지만 독자는 안타까워할 뿐 절대 이 두 캐릭터를 도와줄 수 없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때의 탄성과 답답함이 연상되어 미소가 지어진다. 어른이지만 너무나 간절한 마음이 들게 하는 이 책의 매력이다. 독자를 이야기 속에 함께 참여시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기치가 느껴지는 책으로 문학과 독자의 상호작용이라는 현상을 이끈다.
어느 한 길을 가다가 찾는 장소나 물건을 찾지 못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후각도, 시각도 약한 인간은 처음의 의욕과 확신이 점점 불안과 걱정으로 변하는 상황에 처하기 쉽다.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길이 아닌가 하고 방향을 틀어 나아갈 것이다. 꼭 형체가 있는 물건이 아니라도 이러한 행위는 인생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될 거야. 목표를 위해서 창대한 꿈을 안고 출발한다. 가끔은 힘들지만 인내하자며 흐트러지는 정신을 붙들고 계속 나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일 년, 이 년, 삼 년, 십 년이 된다면? 과연 어디선 멈추어야 할 것인가.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아니면 원하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일까.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이나 허무한 결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여운이 남는 열린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은 예외지만 그런 작품은 늘 만날 수는 없다. 따뜻한 여백과 아쉬움이 남는 마지막 쪽을 보다가 뭔가 내가 놓친 게 없나 처음부터 다시 훑어본다. 그림책을 보다 보면 늘 내가 놓친 게 보이거나 새로고침 하듯 약간 달라진 생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스포가 될지 모르겠다.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른 면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색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니 괜찮지 않을까. 글 밥이 그리 많지 않아 왜, 무슨 일이지, 이들은 어떤 이유로 이럴 것이야 등과 같은 상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 비슷한 추억을 기억할 수도 있고 <덤 앤 더머 Dumb and Dummer 1994>와 같은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다. 혹은 필자처럼 살아가면서 바로 눈앞에 있는 보물을, 결승선을 알아보지 못하고 포기한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이도 있지 않을까.
소중한 글벗의 감상에서 읽게 된 이 작품에서 필자는 또 다른 작품이 연상되었다. 또 다른 뉴베리 수상작이자 영화화된 <Holes:번역서 『구덩이』>이다. 짧은 우화와 같은 동화지만 그림의 역할이 거의 9할은 되어 보이는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놓친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 작품은 기승전결의 서사나 주제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과정 자체와 독자만이 볼 수 있는 비밀을 즐겁게, 색다르게 공유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하나 더, 맨 앞의 그림과 맨 뒤의 그림을 보다 보면 같은 듯 다른 차이가 있다. 마치 다른 그림 찾기 게임을 하듯 비교해 보고 그 이유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Sam & Dave Dig a Hole저자맥 바넷출판 Candlewick Press발매 20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