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어 원서

인간다움, 동물다움, 무엇이 나은가

『 Animal Farm 』

by 애니마리아


* Title: 『 Animal Farm 』

* Author: George Orwell

* First Edition: 1945년 8월 17일

* Published in 2022

* Published by BookStreet



추천 고전 목록에 늘 오르내리는 조지 오웰의 작품 가운데 하나인 <동물농장>은 읽기에 결코 만만한 작품은 아니다. 제목이 주는 인상과 다르게 아기자기하지도 않으며 동화 제목이 주는 따뜻함도 없다. 디스토피아 SF 소설 <1984>(1949)와 함께 이 작품은 현실을 반영한 고전 우화 소설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조지 오웰은 1903년 인도 벵갈에서 출생한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조지 오웰은 필명으로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이다. 1922년에서 27년까지 미얀마에서 인도 제국 경찰로 근무하기도 했다. 영국에 돌아오기 전 2년간 프랑스에 머물렀고 1936년 스페인 내전의 공화주의자 편에서 싸우기다 총상을 입기도 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 민병대 조직의 일원이자 BBC 라디오 작가로 활약하는 등 양차 전쟁을 몸소 겪으며 파란만장한 생애를 겪었다.



존스 씨 부부가 경영하는 매노어 농장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주인이 잠들자 헛간에 농장 건물 안의 모든 가축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12살의 수퇘지이자 가축들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메이저'의 연설을 듣기 위해서다. 우선 '블루벨', '제시', '핀처'라는 이름을 가진 개가 있고 마차 말인 '박서'와 '클로버'가 뒤따른다. 염소 '뮤리엘', 당나귀 '벤자민'도 있다. '몰리'라는 아름다운 백마가 있는가 하면 모세라는 '까마귀'도 있다. 또한 메이저를 보좌하는 수퇘지들이자 문제 돈(豚) 들인 나폴레옹, 스노우볼, 스퀼러 외 다수의 암탉과 양이 등장한다.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메이저가 노령으로 죽자 이인자 역할을 하던 돼지들인 스노우볼과 나폴레옹이 가축들을 선동해 주인 존스 부부를 내쫓는다. 그동안 핍박받던 가축들은 자유와 풍요를 얻은 기쁨을 누리며 이들만의 이상 세계를 건설해 간다. 하지만 검소함과 근면을 강조하며 동물 강령까지 만들어 따르게 한 수퇘지 지도부는 점점 부패하고 인간 주인보다 더 잔인하고 폭력적인 언행으로 가축들을 옥죈다. 심지어 지도부 사이에서도 갈등과 반목이 거세지더니 스노우볼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개의 새끼들을 억지로 데려가 키운 나폴레옹은 자신의 보디가드 겸 권력의 수단으로 삼아 무소불위의 만행을 저지르는데……



거짓말 같은 동물들의 반란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첫 장부터 실소를 자아내는 분석으로 인간에 대해 신랄한 풍자를 던진다.


"Man is the only creature that consumes without producing. He does not give milk, he does not lay eggs, he is too weak to pull the plough, he cannot run fast enough to catch rabbits. Yet he is lord of all the animals. He sets them to work, he gives back to them the bare minium that will prevent them from starving, and the rest he keeps for himself.


인간은 뭔가를 만들어내지도 않으면서 쓰기만 하는 유일한 존재야. 우유를 생산하지도 못하고 알도 못 낳지. 너무 약해서 스스로 쟁기질을 하지도 못할뿐더러 달리기도 빠르지 않아서 토끼도 못 잡는다니까. 그런데도 만물의 영장 노릇을 하다니. 일은 죄다 동물들이 하게 시키고 그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먹을 것을 주면서 나머지는 모두 자기가 차지하거든. "

p. 16



인간의 입장에서는 똑똑하게 머리를 굴려 동물을 이용하는 문명의 발달로 볼 수 있지만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인간이 얄밉고 교활해 보일 것 같다. 평생 인간을 위해 일하며 살다 고기나 달걀과 같은 음식의 운명에 따를 수밖에 없는 동물들에게 갑자기 미안해지는 기분을 느낀다면 너무 지나친 감정이입일까.



이 작품의 특징으로 종종 언급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우화의 모습 속에 비친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이다. 사회 반영이 다분한 정치 소설의 진지함을 동물을 통해 희화한 작가의 재치와 사실주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캐릭터들의 언행과 모습이 공산주의 하의 소련 시절 스탈린(나폴레옹)의 모습을 닮아 있다고 많은 사람이 증언한다.


필자는 더 나아가서 단순히 20세기 초, 중반 냉전 시대의 한 나라만을 비유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에도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젊은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나라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인민을 위한 평등과 복지를 주장하면서도 또 다른 권력이 되어 결탁하는 북한의 지도부, 러시아와의 관계 또한 소름 끼치게 닮아있다. (극단적이라면 이해해 주길. 정치색을 드러내고 싶지도 비난을 최대한 자제하며 사실만을 언급하려 해도 더 이상의 완곡어법은 힘들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정치 체제 상관없이 권력과 부패, 내로남불의 만행과 전체주의의 왜곡된 적용이 놀라울 정도로 역사를 드러내는 소설이다. 강렬한 비유와 동물의 군상이 인간 세상의 잘못된 본성과 선택을 날카롭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너무 사실적이라 작가의 풍자와 비난이 웃기면서도 불편할 때도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의 행위가 없어지지 않음에 괜히 씁쓸하기도 하고 괜히 부끄럽기도 하다. 동물을 위해 일하겠다는 선언과 좋은 취지는 어느새 변질해 자신의 이익 추구에 골몰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세뇌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타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대의가 있었고 이상대로라면 세상의 어떤 곳도 부럽지 않을 이상 세계를 구축할 수도 있었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십계명처럼 농장을 장악하자마자 돼지 지도부가 내세운 강령을 보자.


"The Seven Commandments

1. Whatever goes upon two legs is an enemy.

2. Whatever goes upon four legs, or has wings is a friend.

3. No animal shall wear clothes.

4. No animal shall sleep in a bed.

5. No animal shall drink alcohol.

6. No animal shall kill any ohter animal.

7. All animals are equal.


7 강령

1. 두 발로 걷는 존재는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동물은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들지 않는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p.34



동물의 입장에서 1번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유난히 인간에게 핍박받는 가축이라면 더욱 이런 심정일 터이니. 이후의 사항을 보면 대부분 웃기면서도 수긍이 가는 내용이 이어진다. 동물이 아닌 인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부분은 5번부터이지 않을까 싶다. 동물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강령은 곧 지나친 음주의 폐해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막론하고 선호되는 술에 대한 인간의 나약함을 꼬집은 듯 보인다.


권력의 맛을 본 동물의 지도자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악랄한 절대자가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는 선(善)의 절대성은 이 권력을 탐하는 돼지의 배신으로 쉽게 무너져 내린다. 또한 우유를 독점하는 나폴레옹 돼지 무리들의 뻔뻔함은 이권을 위해 변질하는 정권을 비판한다. 자신의 모순을 덮어버리고 정당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양들에게 끊임없이 구호를 외치게 하는 모습은 군중심리를 이용한 가스라이팅을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순순해 보이지만 지도부의 농간에 휩쓸린 양들의 모습은 생각 없이 혹은 무심결에 다수의 입장에 서서 폭력의 병정처럼 되어가는 일반 군중의 모습을 보여주며 경종을 울린다. 동물들이 일으킨 혁명의 벅찬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패의 민낯도 모두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동물의 평등'을 강조한 7번 강령을 기억하는가? 존재를 둘러싼 멋진 이 말이 특권을 누리며 폭력을 행사하는 지도부를 위해 어떻게 변했을까.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P.146



이게 무슨 말인가. 평등한 것은 당연하지만 일부는 더 평등한 존재라니. 독자는 결국 이 변화가 불평등을 표현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은 우월하며 다른 존재는 열등하다는 것을 선언하는 비겁한 행위임을 공식화하는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이는 미국에서 흑인 차별이 극심하던 과거 시기에 있었던 '평등하되 분리한다(Separate but equal1896년 플래시 대 퍼거슨 판결문)'는 흑백 분리주의 정책 구호와도 일맥상통한다. '평등하다면 왜 분리하는가. 평등하다면 왜 흑인은 백인과 다른 화장실을 쓰고, 왜 버스의 앞자리가 비어있어도 백인에 밀려 뒷자리 구석으로 숨어있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아도, 이에 관심이 없더라도 우리의 삶에서 정치를 벗어난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영향을 받고 있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굳이 앞에 나서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해도, 묵인하는 것만으로도 다수의 횡포, 정치적 이용자의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세상사, 역사, 인간의 본성 문제에 파고들기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고전을 통해 인간을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향, 혹은 지양해야 할 지혜를 얻을 수도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이 우화를 즐겨보길 바란다. 거창한 의견이 아니라도 각자에게 다가오는 울림이 있는 구절을 발견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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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Farm저자조지 오웰출판CSA WORD발매200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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