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rt of Darkness 』
작품에서 찰스 말로(Charles Marlow)는 화자가 되어 콩고 지방에서 활동하는 벨기에 회사 증기선 선장으로 취임하여 떠난다. 아프리카 오지의 강을 오가며 그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이미 그곳 상아 사업의 주역 역할을 하고 있는 저명한 관리인, 행 커츠(Mr. Hang Kurtz> 씨를 만나는 것이다. 커츠는 그곳에서 누구보다도 유능한 사람이자 베일에 가린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는 자로 알려져 있다. 말로는 더욱 그에 대한 환상과 존경심이 자신에게 자리 잡는 것을 느끼지만 그를 찾아가는 여정이 만만치가 않다. 자신이 다룰 증기선이 느닷없이 파괴되어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오랜 시간 수리에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마침내 커츠를 찾아 출항한 말로지만 원주민의 공격을 받아 그의 조타수가 창에 질려 죽음을 맞이하는데...... 말로는 무사히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아니 그가 찾으려는 커츠라는 사람은 존재하기는 할 것인가.
작가 조지프 콘래드(Joseph Conrad1857~1924)는 폴란드 출신의 영국 소설가이다. 문학적 소양을 지닌 아버지의 영향으로 폴란드어로 교육받고 프랑스어 문학가 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열두 살에 고아가 되어 열여섯 살에 학업을 중단하고 프랑스 지역의 선원이 되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선원 생활을 하다가 영국인으로 귀화하였다. 1894년 서른일곱의 나이에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어둠의 심연>, <로드 짐(1900>, <서구인의 눈으로>(1911)와 같은 작품을 남겼다.
『 Heart of Darkness 』(<어둠의 심연>, <암흑의 핵심>, <어둠의 심장>, <어둠의 속>은 1899년 조지프 콘래드(Joseph Conrad)의 대표작으로 아프리카에서 행해진 유럽 제국주의를 비판한 20세기 영국 소설로 여겨진다. 또한 권력의 역학성과 도덕성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기도 하다.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에 영향을 준 원작 소설로도 알려진 작품이며 미국 대학위원회 SAT 권장도서이기도 하다.
본인과 타인의 기대를 품고 먼 미지의 장소로 가기 위해 아프리카로 길을 떠난 화자 말로는 제국주의의 민낯을 보게 된다. 발전한 문명의 세계에서 제국주의의 배경 아래 진보를 향한 신비롭고 역동적인 모습일 것이라는 환상은 가축처럼 쇠사슬을 맨 채 노예처럼 살아가는 흑인들을 보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른 대척점에서 그의 마음을 파고드는 존재는 바로 '커츠'라는 인물이다. 관리인과 주변인들은 모두 커츠의 능력을 칭찬하지만 이내 그것이 가식적이고 심지어 적대적인 면까지 내포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기대는 점점 알 수 없는 우려와 무서움, 숨 막히는 냉소 등으로 바뀌고 여정 내내 그는 소리에 민감해진다.
"But what made the idea attack inconceivable to me was the nature of the noise-of the cries we had heard.
하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나를 공격한 것은 소음, 우리가 들은 비명소리의 본질이었다.
p.58"
우여곡절 끝내 커츠를 만난 말로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보다 훨씬 많은 상아를 구해 유럽의 회사에 이익을 챙겨준 자의 정체는 단순히 유능한 천재가 아니라 원주민들 사이에서 신처럼 군림하는 잔인한 백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어두워 보이는 커츠의 내면, 결코 누구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그에게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본국에 약혼자가 있는 그였지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오로지 '무섭다! 무서워'였다. 무엇이 그토록 무서웠을까. 문명과 원시의 간극으로 힘겨웠던 태초의 낯섦이었을까. 그가 마주해야 했던 아프리카인의 풍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어둠의 심장으로 빨려 들어가 어둠 그 자체가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공포를 토로한 것일까.
'어둠의 심연, 혹은 암흑의 핵심은 어떤 지옥과 같은 장소를 말하는 것인지' 상상했다. Heart of Darkness의 번역대로 단순히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받아들이기에는 복잡한 맥락이 자리하고 있어 보인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어두운 기운 내지는 장소일 수도 있고 어둠의 심장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일 수도 있다. 출판사에 따라 <암흑의 핵심>이나 <어둠의 심연>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정답은 없다. 어둠의 심장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시작과 끝이 다를 수 있고 원인과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 어두운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에 작용한 것이 환경인지, 인간의 숨겨진 본성 그 자체인지,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어디서부터 왔는지......
심연(深淵)은 '깊은 못'이라는 뜻도 있지만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에 대한 비유'(국어사전)의 의미도 있다. 마치 한번 빠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나락의 어딘가를 가버린 한 인간의 운명처럼. 어쩌면 여기서 말하는 어둠은 그저 인간의 눈에 비친 검은색만을 지칭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어둠은 빛이 없는 상태로 그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빛이 없다고 해서 어둠 안에 있는 것이 색은 따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빛이 없다면 흰색도 검게 보일 수 있다. 검은색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기준이, 마음 상태가 중요하지 않을까. 입구는 있으나 출구는 없는 어둠 속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20세기 세계를 강타했던, 제국주의의 실체와 한계, 역사를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이 생각할 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디스토피아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서사보다는 의식의 흐름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기에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낄 독자도 있을 수 있다.
Heart of Darkness저자미등록출판 Blackrock Classics발매 202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