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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

안드레아와 함께, 어느 주말

by 애니마리아


추운 겨울 주말에는 바깥 산책도 쉽지 않다. 친척 방문이나 행사 등의 일정이 있어서 특정 장소를 가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집에서 쉬게 된다. 별다른 약속이나 일정이 없는 경우 주일 미사도 대개 토요일에 가고 일요일은 못다 한 휴식이나 정리, 운동을 하기도 한다.



늦은 나이에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평일, 주말이 크게 다르지 않고 방학, 학기 중이 그리 의미가 없는 나는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 다만 강도 높은 일을 하며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안드레아를 이끌기에는 양심이 허락지 않았다. 공통점이 많은 부부지만 각자의 취향이 뚜렷한 개인이기도 하기에.



그래서인지 안드레아가 먼저 주말 데이트 장소로 도서관을 제안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내일 오전에 도서관 가서 몇 시간 있다가 올까? 나는 다음 주 보고서나 책 좀 읽고 색시는 공부하고, 어때?"



나의 대답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공부를 하든 안 하든, 책을 읽든 안 읽든 그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는 게 좋다. 최근 시민 도서관을 다니다 보면 홀로 중년, 노년의 남자분들 혹은 여자분들이 와서 책도 보고, 잠(?)도 자고 시간을 보내다 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고 각자의 일정과 취향이 다르니 부부가 늘 함께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문득 고개를 들어 맞은 편의 안드레아가 오랜만에 책에 빠져 진지한 모습으로 독서하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좋았다. 앞에는 그와 함께 주문해 온 차가 있다. 노트북을 꺼내 그에 대한 글을 써 본다.



그와 함께 늙어가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다. 적어도 내게는. 그는 낚시나 등산, 혹은 남자들만의 운동에만 집중해 아내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되도록 나의 감성과 취향을 생각해 가끔 도서관 데이트를 청하는 그에게 감사한다. 그래서 그를 보면 여전히 설레고 고맙다. 그와의 현재가 귀중하고 미래가 기대된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도 체력도 약해지는 우리 부부. 문득 소망 하나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그와 함께 현생에서 충만하게 살다가 동시에 현생을 떠나고 싶다고.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다면 신께 받는 것 중 최고의 은총일 것이다. 앞으로 선행을 많이 실천해야 할 것 같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열심히 살면서. 이토록 강력한 소망을 위해 무작정 빌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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