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DULI>
* Title: <PINDULI>
* Author: JANELL CANNON
* PRINTED IN: 2004 BY SCHOLASTIC INC.
* Publisher: BY SCHOLASTIC INC.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여기 배가 고픈 하이에나 모녀가 있다. 엄마 하이에나가 그날 밤 사냥을 예고하며 멀리 나가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딸 하이에나, '핀둘리'는 근처 물웅덩이로 나가 여러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들개들은 핀둘리가 덩치에 비해 큰 귀가 우스운지 무늬만 없다면 코끼리 같다고 비웃었다. 자신의 외모에 지적을 받은 핀둘리는 충격과 함께 주눅이 잔뜩 든 나머지 두 귀를 최대한 뒤로 넘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사자가 자신의 털이 푸석푸석하다고 말하자 흩날리는 털을 잠재우기 위해 물웅덩이에 뛰어들어 온몸을 흠뻑 적신다. 흑백의 강렬하고 대칭이 환상적인 얼룩말은 아니나 다를까, 역시 핀둘리의 불규칙한 무늬 패턴을 지적한다. 수치를 느낀 핀둘리는 땅 위의 더러운 흙먼지 위를 뒹굴며 자신의 무늬를 숨긴다. 큰 귀도 보이지 않고 털도 매끈하며 얼룩덜룩한 무늬도 없어 보이는 핀둘리는 이제 동물들의 찬사를 받았을까. 이후 상황은 핀둘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데......
"If you're going to do stripes, please, please work on your symmetry and clarity! Good grooming-not soaking-will take some of that unpleasant haziness out of your patterns, " whinnied Zebra.
줄무늬를 가질 거면 정말이지 제발 대칭이 되게 하고 또렷하게 좀 만들어! 물속에 들어가 흠뻑 젖지 말고 몸단장이나 제대로 하란 말이야. 그러면 네 털이 흐릿한 나머지 불쾌하기까지 한 감정이 사라질 테니까."
From the text 본문 중에서
하이에나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잠시 생각해 본다. '동물의 왕국'을 통해 본 그들의 모습이 다라고 할 만큼 받아들인 이미지가 곧 작은 지식이 되어 박제처럼 박혀버렸다. 암사자가 힘겹게 싸워 얻어낸 동물의 사체 주위로 새끼들이 아닌 독수리와 하이에나가 먼저 다가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얼마나 얄미워했는지. 사실 하이에나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생존에 필요한 행위이고 자신의 새끼를 연명시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을 텐데 말이다.
'PINDULI'에 나오는 하이에나 소녀는 이런 본능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놀림의 대상이 된다. 코끼리처럼 귀가 펄럭인다고, 털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얼룩이 대칭을 이루지 못해 세련되지 못하다고. 그때까지 자신의 모습이 못생기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못했던 핀둘리는 하나, 둘씩 숨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룩 없는 얼룩말, 긴 코가 없는 코끼리, 목이 길지 않은 기린, 검은 무늬가 없는 새하얀 치타(선천적 색소 결핍이 있어 하얀 알비노 현상이 없는 한)가 자연스럽게 느껴질까. 결국 부모에게 물려받은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손상되는 것은 인간의 획일적인 사고방식임이 우화 속에서 드러난다.
때로는 선과 악이 모호한 경계를 다루는 작품을 접한다. 한 대상 안에서 선과 악이 있기도 하고 여러 대상 사이에 선과 악이 어지럽게 얽혀있기도 하다. 이 동화는 읽을수록 후자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핀둘리를 놀린 들개들이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로 등장하지만 알고 보니 이들을 놀리는 아프리카 여우가 있었다. 아프리카 여우는 또 다른 동물의 놀림에 상처를 받았고 이렇게 꼬리를 물고 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동물이 원인 제공자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호해진다. '도둑질도 해 본 놈이 한다', '시집살이도 해 본 사람이 한다'와 같은 속담이 떠오르기도 한다.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한탄만 한다면 그냥 현실 속 자포자기로 끝났을 것이다. 핀둘리 본래 모습을 지우고 가면을 쓴 모습은 행복하거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저 슬퍼 보였다고 나 할까.
핀둘리가 첫 공격자를 마주한 태도와 말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불씨를 보았다. 어른으로서 같은 입장이라면 쉽지 않을 말을 꺼냈기 때문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상처 준 동물들 앞에 서서 진실한 질문을 하였다. 악의나 분노의 감정을 뺀 채. 그 질문을 시작으로 동물들은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기 시작하고 과거를 되짚어 그들만의 질문을 하러 길을 떠난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질문을.
거창하고 웅장한 태도는 아니지만 현명하게 대처하는 핀둘리의 마음과 행동 자체가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게 한다. 하이에나가 귀가 앙증맞고 사모예드 같은 하얀 털에 얼룩말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고 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핀둘리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도 종종 비슷한 생각과 소망을 품기도 하지 않는가. 머리가 좀 더 작다면, 얼굴에 점이 없다면, 코가 좀 더 높다면, 눈이 좀 더 크다면 멋있을 것 같다며.
동물 각자의 무늬와 색깔이 있듯 사람도 각자의 결과 아름다움이 있음을 왜 모르겠는가. 이미 알지만 종종 잊곤 하는 이 진리를 독자가 다시 인식할 수 있다면 작가는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며 기뻐할 것 같다.
이 책은 외모의 문제로 시작해 정체성과 악의 순환을 끊는 용기, 진실한 태도까지 아우르고 있다.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그 여정을 따뜻한 파스텔톤 삽화의 이야기로 풀어낸 자넬 캐넌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은 작품이다.
Pinduli저자 Cannon, Janell출판 Harcourt Children's Books발매 200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