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언어, 'PROJECT HAIL MARY'3

by 애니마리아


읽을 때마다 일일이 정리는 하지 못해 아쉽지만 성글게나마 몇 가지 적어본다. 오늘도 나를 붙든 단어와 표현들이 여지없이 나타났고 책 위를 둥둥 떠다니며 알아달라고 아우성친다. 조악한 표시와 메모를 하다 보면 이 무슨 집착인가도 싶다. 그래도 시간을 내어 정리하다 보면 발견의 즐거움이 있다. 기록의 즐거움이 있다.



오늘도 <PROJECT HAIL MARY>에서는 주인공 라일랜드(Ryland Grace)와 로키(Rocky)의 콤비로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의 외계인인 이 두 캐릭터에 한 번 빠지니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이들에게 또 다른 악동 외계 생명체 아스트로페이지 Astophage를 수집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작은 문제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과거의 회상 장면이 등장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장면이 뒤따르는 구성이 펼쳐졌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표현이 몇 가지 눈에 들어왔다.



* funny expressions


먼저 dead-on이다. 뜻을 모른다는 가정하에 dead라는 단어가 주는 죽음의 이미지는 아무리 on이라는 파생어가 붙어도 다른 뜻이 연상되지 않는다. 뜻밖에도 dead-on은 '정확한'이란 뜻의 구어다. 의미를 인지한 후 다시 Rocky's data about Planet Adrian was dead-on을 읽으니 더욱 흥미로웠다.



serious scrambling: 수학과 과학이 발달한 문명에서 온 로키의 정확한 계산에 감탄하며 한 말이다. 로키의 정보 없이 아드리안 행성 대기 진입 과정에서 곤란을 겪었으리라는 말로 하며 scramble이라는 단어를 활용했다. '달걀 스크램블'1차원적인 뜻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문맥을 따져 보건대 여기서는 '뒤죽박죽 대다, 허둥지둥하다'는 행동 묘사가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새롭지만 식상하지 않을 표현들이 눈에 들어왔다.

esoteric 소수만 이해하는, 소수가 즐기는

leviathan 괴물



단어를 찾다 보면 관련된 사연이나 지식을 탐구하게 된다. 목성과 토성의 성분 이야기가 나오니 정확한 구성 비율이 궁금해졌다. 이 두 행성을 언급하며 '거대한 가스로 이루어진 괴물'이라며 나온 leviathan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괴물 이상의 여러 뜻이 있었다. 상황에 따라 성서 속에 나오는 괴물을 의미하기도 하고 홉스 철학에서 언급되는 정치적 괴물을 가리키기도 하며 SF의 캐릭터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90퍼센트의 수소(Hydrogen)와 10퍼센트의 헬륨(Helium)으로 이루어진 행성들이 바로 목성과 토성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며 다시 배운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what I wouldn't give for a lander!이라는 표현이 있다. '내가 (아드리안 행성에) 착륙할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을 텐데'라는 뉘앙스의 문장이다. 교실에서 한국어를 영작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영미권에서 살다 온 경우가 아닌 순수 한국인의 입장에서 대부분 배운 대로 문법적 요소와 정식 표현을 사용해 구성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령 I wish I could land on the surface on this planet와 같은 가정법 표현을 사용해서 말이다. 두 문장은 일맥상통하지만 원어민 입장에서 전자가 훨씬 자연스럽고 재치 있는 표현으로 다가올 것이다. 영어 원서를 읽다 보면 이렇게 실생활의 영어 표현 익히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재미를 위해, 독서 자체를 위해 불완전한 읽기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가끔 이런 일탈을 하며 지루함을 해소하기도 한다. 가끔 느림의 독서가 나를 성장하게 한다. 나도 모르게 비교의 늪에 빠진다면 단 하나의 단어를 붙잡고 놀아보는 건 어떨까. 어른에게도 놀이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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