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아이를 보았다.
뜬금없이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잊은 나
이리저리 누르면서도
계속 틀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
돌연 유리문 너머로 드리워진
작은 그림자
센서로 작동하는 문은
아이의 재빠른 움직임에
활짝 열린다
친절한 아이
아이에게 고마우면서도
머쓱해진 내 마음
괜히 우편함을 들여다보고
마침 꽂혀있는 소책자를 꺼내고
엘리베이터에 다가선다
내가 오고 있는지 걱정이라도 했을까
나를 향해 다가서며 내 눈을 쳐다보는
큰 눈의 요정
친절한 아이
그 마음이 고마워
살짝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넨다
고마워......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았나
칭찬이 어색했나
인사가 부족했나
수줍은 어른이 이상해 보였나
대답은 없었지만 순수한 눈망울의
착한 소년
문 앞에서 헤매는 어른
문 앞에 다가서면 문이 열리지만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작지만 큰 행동
어떻게 알았을까
누군가 하는 행동을 보았을까
부모님께 배웠을까
책을 보았을까
경험에서 나온 행동일까
아이는 별것 아니라는 듯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고
한구석으로 서서 귀가를 함께 한다
말은 없어도
그 아이의 친절은
나의 짜증을 씻어주었고
나의 기분을 북돋아 주었고
행복이란 감정을 선사해 주었다
사람은 말없이도 말을 한다
때로는 행동으로, 때로는 눈빛으로
말이 없는 에너지는
빛을 비추기도 하고
독을 내뿜기도 한다
어른이 된 나는 어떠한가
괜히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괜히 오지랖이 넓은 건 아닐까
괜히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괜히 상처받기 싫어서
괜히 오해받기 싫어서
시작조차 하기 싫어서
안 주고 안 받으면 된다고 여겨서
행동도, 친절도, 인사도 망설이는 어른
어느새 내릴 때가 되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친절에
이별이 아쉽다
나보다 키는 작지만
마음은 훨씬 큰 아이
예쁜 아이
똑똑한 아이를 보면 현재에 감탄하게 된다. 그것뿐이다. 하지만 선한 아이, 앞뒤를 재지 않고 계산하지 않는 아이의 언행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무엇이 되든, 무슨 일을 하든 그 아이의 주변은 항상 밝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예수님도 천국은 아이와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가 이런 아이의 순수함과 선함을 오래 간직하길 바라면서. 어쩌면 우리는 이미 천국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온 뒤에 물웅덩이가 생기고 샘물이 흐르듯 여기저기에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그런 천국이 마르지 않도록, 줄어들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건 어른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