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담긴 상자
몸도 안 좋은데 네가 소지품을 넣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야심 차게 각오하고 들어갔으나 마음 같지 않아서 속상할 수도 있고 서러울 수도 있겠지.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이 지난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는 너의 노력을 믿는단다.
너의 편지, 상자 저편 구석에 접고 또 접어 단짝 친구에게 보내듯 단단히 고정해 넣은 너의 편지를 펼칠 때 얼마나 떨리던지. 아빠는 옆에서 '오, 전보다 글씨 잘 썼네!' 하며 쿨하게 넘어가고 별로 궁금하지 않은 척했지만 엄마는 일부러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어. 글씨도 글씨지만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억지로 시켰을 때 쓴 어버이날 편지에서도 보지 못한 양의 내용이 확 눈에 띄어서지. 기껏해야 두세 줄짜리 메모와 같은 편지를 받은 게 다였는데 이번에 네가 한자, 한자 꼭꼭 눌러가며 적은 내용으로 한 장이 꽉 채워져 있더라. 엄마, 아빠가 아닌 '어머니, 아버지'라는 경어부터가 낯설면서도 군기가 바짝 든 너의 모습이 상상이 돼서 미소가 지어지더라고.
예정된 일정대로라면 이 글을 올리는 시점은 너의 훈련이 중반을 훨씬 넘은 때가 되겠네. 농담으로 BTS의 RM은 같은 훈련소에서 선배로 훈련을 잘 마쳤으니 열심히 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 지금은 그저 네가 건강하게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무사히 훈련을 잘 마치고 진짜 군인으로서 임무를 잘 수행해 내길 바랄 뿐이야. 엄마가 여러 번 건강을 잃다 보니 내가 무엇을 하든, 무엇을 꿈꾸든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이룰 수 없더라고. 이루는 건 고사하고 의욕도 없어지고 심리적으로 힘들어져서 헤어 나오기가 어렵더라고. 그래서 엄마는 종종 확언 일기에 이렇게 적곤 해.
'몸과 마음, 외면과 내면이 늘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그래서 먹기 싫은 영양가 높은 식품도 먹으려고 도전하고 있고 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해.
감사하게도 동생뻘 동기들과 새 친구들이 서로 잘 어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안심이 되고 감사하고 뿌듯하더라. 엄마는 평생 느끼지 못할 '전우애'의 씨앗이겠지? 힘들 때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테고 말이야.
네가 이 글을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이 순간 또한 기억하려 한다. 잘 지내줘서 고맙고 정성 어린 편지도 감사해. 오늘도 이 글을 쓰기 전에 네 손편지를 다이어리에 붙여 놓고 한 번 더 어루만졌단다.
사랑한다, 아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