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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Feb 06. 2024

요약필사:<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신경 끄기의 기술>1

신문을 읽다가


출처: 2024년 1월 31일 수요일자

조선일보 오피니언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신경 끄기의 기술'>, 노정태 경제사회 연구원


(*참고로 스크랩하고 읽고 작성한 시점은 각기 다른 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 '신경 끄기의 기술'로 잘 알려진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지난 22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 제목이다. 한국은 현란한 물질주의에 휩싸여 있으며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있지만 자기표현과 개인주의는 억압당한다. 유교와 자본주의의 장점은 없고 단점만 있는 나라인 것이다.


이 냉철한 '한 줄 요약'은 업로드 직후 조회 수 수십만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초저출산 국가는 한국, 이탈리아, 그리스 세 곳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유교 때문에 애를 안 낳는 나라일 리가 없다. 원인은 문화가 아니라 사회와 경제의 구조다. 조귀동 작가가 지적했듯 두 나라 모두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복지 혜택,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여율과 남성의 양육 불참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지닌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믿는다'라는 덕담으로, 영상을 마무리한 그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한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언급해 주는 것은 우리 자신을 돌이켜보게 해 준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의 문제를 그런 식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문제는 유교 때문도 자본주의 탓도 아니다. 단 하나 핵심 원인인은 '정규직 코스'로 정년을 끝내지 않는 한 빈곤 노인으로 추락하기 십상인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그 속에서 지대를 추구하는 기득권 세력이다. 




우리는 이미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으나 해결을 위해 감당해야 할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할 뿐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한 문장은 이렇다고 한다. "단언컨대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Manson, Mark>


워낙 유명한 책이나 나는 실제로 읽어보지는 못했다. 단, 원서 제목을 보건대 무척 흥미롭고 읽어보고 싶긴 하다. 이전에 이 책을 언급하는 매체를 접했을 때 영화의 가운뎃손가락을 연상케 하는 F 단어가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번역서 제목이 참 기발하게 잘 지어졌다는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




좀 더 정확하고 심도 있는 판단을 위해서는 그의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며 제대로 분석을 해야 하지만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쓰인 글이라 믿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 기사를 접하고 스크랩하기 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책의 제목과 다른 영상인 '양 브로의 정신세계'라는 또 다른 유명 유튜버의 토론 내용이 머리를 스치며 기사를 읽게 되었다. 방송에서도 본 정신과 의사가 마크 맨슨에게 미국과 한국의 MZ 세대에 대한 대화로 일부 시청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도 다 본 게 아니기에 그에 대해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대화 속에 한국 젊은이들의 애환을 두고, 힘겨운 삶과 우울을 다뤘을 것이라는, 그래서 자신의 보고서 같은 영상에 다소 극단적인 내용을 올렸을 것이라고. 




하지만 무조건 기분 나쁘기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첫째 내 통찰이 부족한 게 가장 클 테고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각자의 논리와 근거가 수긍이 가기 때문이다. '장님 코끼리 말하듯'이란 속담도 있어 외국인의 시각, 타인의 시각이 전부 옳다고 볼 수는 없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전혀 다른 논리도 아니기에 더욱 혼란스럽고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짧은 여행으로 현재의 한국과 한국 사회를 일반화하는 것에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도 보고 들은 것 따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펼친 것일 테니까 말이다. 오피니언의 전문가가 지적했듯 경제와 관련한 한국 사회의 현실, 그 경향은 정확하게 분석했다고 본다. 물질주의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물들고 다루어왔던 문제지 오늘날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교와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효 사상, 서로를 배려하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권력자가 약자를 덕으로 감싸고 모범을 보이는 것 자체는 유교의 가르침 가운데 너무나 훌륭한 말이다. 이 외에 지배자의 원리를 악용해서 무조건적인 복종, 강요, 무시, 차별의 또 다른 도구로 사용하는 게 문제니까. 




그의 한국에 대한 마지막 말처럼 우리 스스로 회복하는 힘(resilience)을 발휘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발전하길 바란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 사회를 만들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미덕은 스포츠 정신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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