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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야구를 좋아합니다

by 애니마리아


기존 방송사와의 갈등으로 최강야구는 더 이상 최강야구로 불리지 못했다. 제작사 C1은 거대한 골리앗 JTBC와 싸우는 다윗처럼 위태해 보였고 소심한 팬으로서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희망의 야구, 팬에게 진심인 야구, 행복한 야구를 꿈꾸는 PD와 스텝, 무엇보다도 의리를 지키는 야구선수들 덕분에 리얼 예능 야구 프로그램은 더욱 특별해졌다. 불꽃야구, FIGHTERS라는 새 이름으로 탄생하였고 여전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압도적인 팬의 응원으로 부활하고 되살아나기를 거듭하며 불사조의 날갯짓을 이어가고 있다.



팬카페 이름도 '부싯돌즈'로 정해졌다. 여러 후보 가운데 이 이름이 참 재치 있고 의미 있는 작명 센스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팬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불꽃야구의 말처럼 불꽃야구를 지속시키기 위해 계속 불을 지피는 부싯돌의 노력과 열정이 아름답게 녹아있다.



아쉽게도 첫 번째 직관은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두 번째만큼은 꼭 보고 싶었으나 워낙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티켓팅에 희망을 걸면서도 최악의 경우를 각오하고 있었다. '나중에 방송으로 보면 되지'라고 여기며 그래도 SBS PLUS와 협업이 반갑고 고마웠다. 불가능에 가깝지만 인터넷 예매 일이 다가올수록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예매 당일, 남편은 예매 오픈 시간 한 시간 전부터 메시지로 알림을 보냈다. 나는 나의 노트북으로 그는 그의 컴퓨터로 도전하기로 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불꽃야구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는 가운데 쉽지는 않을 것을 각오했다. 네이버 시계까지 화면에 띄워놓고 떨리는 손으로 빠르게 클릭을 했지만 결과는 화면 먹통, 에러! 접속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0.1초도 안되어 시스템이 다운되었다는 뜻이다. 도대체 예매에 성공하는 분들은 어떤 기술과 순발력을 발휘하는 것인지 정말 미스터리이다.



실망했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방송을 통해 보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위로했다. 도전 자체가 즐거웠고 다시 어린아이로 된 듯한 기분 자체가 그날의 엔도르핀 돌게 했다.



소심하게 열정을 주변에 알려서 그런가. 하루가 지나고 남편이 문득 메시지를 보냈다. 직장 동료에게 부탁했는데 실패했지만 집에 돌아가 밤새 컴퓨터 매크로(비유일 수도 있다, 그분만의 비법일 테니)를 한참 돌려 취소표를 획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노하우가 무엇인지는 모르나 너무나 신기했다. 작년 직관도 그분 덕분에 갈 수 있었다. 올해도 직관은 그분 덕분에 갈 수 있게 되었다. 4층 꼭대기였지만 방향이 좋아서 포수 바로 뒤쪽의 꼭대기 층이었기에 홈부터 1루, 2루, 3루의 상황을 모두 참관하기에 충분했다. 그날 경기 상대는 문교원 선수의 모교, 인하대학교.



그분 덕분에 표를 구할 수 있었고 힘들게 구한 표를 우리 부부를 위해 기꺼이 전달해 주었다. 남편이 점심을 사주기로 했지만 얼굴도 모르는 직장 동료의 아내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정성 어린 재능을 펼쳐주신 그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불꽃야구는 아직 해결할 일이 많다. 하지만 선수와 감독, 대부분 은퇴의 나이와 소외, 좌절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한계와 싸우며 팬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장 보기 좋다. 특히 80대의 나이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하지만 뙤약볕에서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김성근 감독님, 선후배의 끈끈한 정과 노력으로 매번 기적을 이뤄가는 선수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늘 이길 수는 없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위해 진심으로 땀을 흘리며 아파하고 고통받고 가끔 찾아오는 희열에 눈물 흘리는 그분들의 순간에서 용기를 얻고 감동받는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에서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음을 새삼 느낀다. 모두 불꽃 같은 인생을 살기를. 이미 불꽃이 지나갔다 해도 괜찮다. 산소가 있고 바람이 있다면, 그리고 희망의 나무가 주변에 단 하나라도 있다면 잉걸불로 타오를 수 있을 테니. 생명이 다 하는 한 온기를 품는 인생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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