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
누구의 음식을 좋아하는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가.
누구의 요리가 가장 그리운가.
많은 사람이 어머니의 손맛을 꼽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배달 음식이 맛있어도 어느 순간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때가 온다면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의 음식에 감탄하면서도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국, 찌개, 밥을 이길 음식 찾기란 쉽지 않을 테니.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타입이라면?(부끄럽지만 나도 여기에 속한다) 엄마가 올해 아흔이신데 요리는커녕 홀로 제대로 챙겨드시지 못할 만큼 기력이 약해지셨다. 최근 몇 년간 엄마의 음식을 먹지 못했지만 나를 비롯해 아이들은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와 카레 덮밥을 잊지 못한다.
결혼하고 몇 년 지나니 나는 시어머님의 손맛에 익숙해졌다. 어머님이 워낙 요리를 잘하시기도 하지만 손도 크시고 늘 베푸시는 성격이셔서 자주 먹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식당 반찬, 특히 김치가 맛있다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한다. 오래오래 어머님의 김치를 먹고 싶지만 역시 힘에 부치시는 모습이 보여 그 사랑을 마냥 받을 수만은 없다.
요즘 나의 입맛을 가장 사로잡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남편의 요리다. 아이들은 싫어하지만 나는 여름만 되면 비빔국수가 아닌 콩국수가 먹고 싶다. 그 고소한 풍미와 시원한 맛이 매력인 콩국수가 왜 그리 좋은지 나도 잘 모르겠다.
"색시야, 요즘 더운데 콩국수 먹고 싶지 않아?"
"응, 그렇긴 해. 하지만 괜찮아. 일부러 식당 찾아가려면 번거롭잖아."
"오케이. 이번 주말은 콩국수 도전!"
매번 이런 식으로 남편은 요리 미션을 수행한다. 이런 경우가 처음도 아닌데 그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한 건 여전하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될 때까지 한다는 마음으로 요리를 대하는 그의 정성과 열정이 고마워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그날부터 쿠팡 택배는 수시로 우리 집을 방문했고 열어보면 콩, 땅콩, 국수, 캐슈너트 같은 재료가 들어있었다. 믹서기가 오래되어 걱정하던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를 했고 나는 제법 예쁜 콩국수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변비치료에 도움 되길 바란다며 오이 양파 장아찌까지 만든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의 손맛에 완전히 길들여짐을 깨닫는다.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말했다.
"길들여진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거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거지."
안드레아는 내게 특별한 사람이다. 나는 오늘도 그가 만든 반찬을 먹으며 기꺼이 길들여진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전부지만 그렇게라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먹으며 식사 전 기도를 하며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 참! 안드레아,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