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 너를 어쩌면 좋니

아이는 욕을 만들지 않는다

by 애니마리아

아이는 욕을 만들지 않는다

"제제, 에드문도 아저씨가 말한다고 다 믿으면 안 돼. 그 사람 약간 미쳤다고. 거짓말도 한단 말이야."(토토카)

"에드문도 아저씨는 쌍놈이야?"(제제)

"넌 그런 욕을 많이 쓰다가 입에 매를 맞고도 그러냐!"(토토카)

"Zeze, you have to stop believing everything he tells you. Uncle Edmundo's a bit cuckoo. He lies a bit."

"Is he a son of bitch?"

"You've already been slapped across the mouth for using so many swear words!..."

(p. 6/<My Sweet Orange Tree>)



제제는 5살이다. 아직 학교를 가지도 못하는 나이지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글을 읽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아이다. 호기심이 많고 장난꾸러기지만 악의는 없다. 단 형제가 많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상대적으로 충분한 돌봄을 받지는 못하는 듯하다. 태어난 환경은 선택할 수 없기에 아이가 접하는 모든 사람이 친구요, 선생님이다. 그들이 좋은 사람이든 아니든,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화에서 제제가 한 말만 떼어서 보면 표면적으로 화들짝 놀랄 만큼 나쁜 말로 보인다. 하지만 겨우 5살짜리 남자아이가 어떻게 알고 말했겠는가. 책 내용을 좀 더 읽어보면 그건 다름 아닌 폭력적이고 무능한 아버지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어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을 지칭하며 내뱉은 말을 제재는 기억하고 있었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궁금할 때 질문으로 사용했을 테지.


아이는 스스로 욕을 하지 않는다. 만들어내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며 누군가 무심코 내뱉는 말을 듣고 보고 그대로 배우기도 한다. 요즘 그런 무심한 어른이 어디 있겠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많은 것에 노출되어 있다.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도 미디어를 통해, 다른 생활환경에서 접하고 속으로 삭이기도 하고 내뱉으며 깨지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순수한 세상만을 살길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어린이는 아직 어리다.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 제제처럼 성숙한 면을 타고났을 수도 있지만 모든 아이가 그런 건 아니다. 그래서 어른들의 현명한 도움이 필요하다. 어른은 되고 아이는 안된다며 제제의 형처럼 무시할 수도 없다. 무섭게 혼내기보다 그와 같은 언행을 만날 때 어떤 기분이 들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야기해 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돌이켜 보니 나는 그렇게 현명한 어른이지 못했다. 제제의 형처럼 어쩔 줄 모르며 그런 말을 못 듣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만 하는 데에 신경을 썼다. 부모는 처음이어서 그랬다고 핑계 대고 싶지만 때로는 그 말 뒤에 숨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다.


이렇게 하나하나 숙고하며 반성하며 또 웃으며 철이 드나 보다. 어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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