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존중받지 못하던 시절의 모습은 브라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나 보다. 소위 애어른 같은 성숙도와 5살 아이다운 장난기 많은 제제의 이야기는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특히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어른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오죽하면 이 작품을 번역한 분도 여러 번 울었다고 했을까. 나처럼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해도 제제의 순수한 악동의 모습은 수많은 독자의 가슴속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작품을 하나하나 톺아보며 남기는 감상에 유난히 솔직하고 감성적인 댓글을 써 주시는 이웃님들을 보아도 그렇다.
오늘은 제제의 어떤 말이 나를 울리고 웃게 했을까. 제제를 약국으로 데려가 치료해 준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가 되었다. 밍기뉴(오렌지 나무)가 질투할 정도로 속의 말을 나누는 제제와 포르투갈 아저씨는 오늘도 매를 맞았다는 제제의 말에 의구심을 표현한다.
"네가 말처럼 그렇게 못되게 굴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때 나는 정말 심각해졌다.
"저는 쓸모없어요, 정말 나쁜 아이거든요. 크리스마스 날 아기 예수님이 아니라 악마가 태어났어요. 그래서 선물을 하나도 못 받을 거라고요. 아저씨, 저는 해충이에요. 골칫거리고요. 개나 마찬가지예요. 못된 종자고요. 제 누나 중 한 명이 말했는데요. 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대요.
p. 112
이 말을 들었을 때 포르투갈 아저씨는 놀라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도 충격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놀란 것보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니'. 아무리 아이가 못되고 버릇이 없이 보여도 존재 자체를 거부당할 만큼 나쁜 아이가 있을까. 무엇보다 이런 말을 가족한테 반복적으로 들어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는 인식이 생겼다는 게 끔찍하게 느껴졌다.
예수님도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라고 하셨다(마태복음 19장 14절). 물론 성선설이 아닌 성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에 반발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늘 천사처럼 미소 짓고 사랑스러운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돌봄이 필요한 만큼 적절한 훈육과 사회 경험이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서툴고 위험한 행동을 했다면 바르게 잡아주는 게 어른이 있어야 한다. 실수를 해도 용서하고 이해해 주는 어른이 단 한 명이라도 있어야 선한 존재로 자라나지 않겠는가.
제제의 이 말에 가슴이 무너질 찰나, 반전이 있었다. 바로 제제의 고백 때문이었다.
"It really must be the devil's work. I get this itch to do something, and then I do it. This week I set fire to Eugenia's fence. I called Dona Cordelia a hippo and she got really mad. I kicked a ball of rags and the stupid thing went through Dona Naracisa's window and broke her big mirror. I broke three street lights with my slingshot. I hit Seu Abel's son with a stone.
정말이지 악마가 시킨 것 같아요. 뭔가 하고 싶어서 못 견디게 되면 그냥 해버리거든요. 이번 주에는 유지니아네 울타리에 불을 질렀어요. 도나 코델리아를 하마라고 놀려서 그 애를 화나게 만들었고요. 또 헝겊 뭉치를 발로 찼는데, 바보같이 그게 도나 나르시카네 창문 사이로 들어가서 큰 거울이 깨졌지 뭐예요. 새총으로 길가 가로등을 세 개나 깨 먹었고요. 아벨 아저씨 아들한테 돌을 던지기도 했어요."(112쪽)
헛웃음이 나왔다. '장난이 심하긴 하구나, 제제.' 그의 넘치는 에너지를 어찌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식구들이 돌아가며 매질을 하고 제제를 악마라고 칭하는 건 여전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누나도, 형도, 부모도 아닌 포르투갈 아저씨이다. 밍기뉴도 잘 들어주는 친구지만 제제의 상상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환상일 수도 있다. 반면 포르투갈 아저씨는 무엇보다도 제제와 함께 소통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의 적극적이고 상호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밍기뉴와 포르투갈 아저씨 사이에서 갈등하는 제제의 삼각관계가 흥미롭다. 그가 무 슬퍼하지 않으면 좋겠다. 사랑받는 존재임을 더 자주 느끼면 좋겠다.
출처: app. leonardo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