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사랑, 그 시작은

『 A Golden Wedding 』1

by 애니마리아


순자는 인간이 본래 악한 성질이 있다고 하였다. 이기적인 마음이 있으니 교육과 예(禮)로써 이러한 본성에서 벗어나길 바란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그래도 사람은 착해.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고 배움이 없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는 성선설이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은 선한 면도, 악한 면도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환경과 입력에 따라, 교육에 따라 나아지기도 하고 더 나빠지는 경우를 듣고 나서는 더욱 그렇다.



<A Golden Wedding>(가제: 금혼식 1909년)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단편 모음집 『 SHORT STORIES FROM 1909-1922』의 첫 번째 작품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에는 '금혼식'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여기 결혼 50주년을 곧 맞이하게 될 한 부부가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되어야 할 그 부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어느 날 이 부부를 찾아 마을로 들어온 한 청년, 러벨 스티븐스. 아무도 없는 노부부의 집을 서성이는 그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 어째서 다 쓰러져가는 노부부의 집을 맴도는 것일까.



이 청년은 오래전 이 노부부의 배려와 돌봄으로 어릴 적 이곳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이를 가엽게 여긴 부부가 소년 러벨을 사랑으로 키운 것이다. 어느 정도 자란 청년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고 15년 후에 돌아온 길이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노부부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졌고 류머티즘도 심해져 일까지 할 수 없었다. 결국 빚을 지게 되었고 집은 넘어갔으며 부부는 보호시설로 가게 되었다.








"금혼식을 보호 시설에서 보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샐리 이모는 흐느꼈다. 톰 아저씨는 구부러진 손으로 늙은 아내의 떨리는 어깨 위를 감쌌다.
I never thought I'd be celebrating my golden wedding in the poorhouse, " she sobbed. Uncle Tom put his twisted hand on her shaking old shoulder.
p.10/ 『 SHORT STORIES FROM 1909-1922』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산 부부였다. 게다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까지 거두며 돌보고 가르치며 독립할 때까지 친절과 사랑을 듬뿍 주었다.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한 세월이 무려 50년. 자녀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파산을 막으려 도왔을 것이고 금혼식을 보호시설에서 보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청년 러벨은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다. 원래 그도 마을에 들러 부부에게 작은 선물과 인사 정도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연약했던 시절 받았던 도움과 사랑을 잊지 않았고 부부의 귀가를 위해 일생일대의 결심을 한다. 그동안 자신이 번 돈을 내놓아 부부가 뺏긴 집을 되사고 팔아버린 세간 도구를 다시 찾아왔으며 앞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의 노력에 온 마을 사람들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른, 아이들 할 것 없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부부는 마침내 가장 아름다운 금혼식을 맞이하게 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어린이는 미래이며 희망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교육에, 돌봄에 힘을 쓴다. 아이는 가장 순수한 존재이면서도 약자 중에 약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약자도 존재한다. 남은 생애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동안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노인들. 세상의 어른들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삶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어르신을 위한 이웃의 관심과 배려, 감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무리 지금 젊다 해도 언젠가 그 길을 가야 하는 우리들. 삶의 범위는 줄어들고 힘이 빠지는 자연의 한 부분이지만 생명이 다하도록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다. 그 사랑을 위해,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주변의 관심, 마을의 도움, 측은지심이 필요하다. 인간은 이기적인 면도 있지만, 남을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의 소유자이고도 하지 아닌가.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사랑은 기적을 낳고, 이기심을 이타심으로 바꾸는 마법의 힘이 있다.



인간의 관계, 희생, 사랑과 감동의 이야기를 접하며 행복을 느끼고 싶은 이라면 이 동화 같은, 하지만 가능한 이야기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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