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를 읽으며
책상에 앉아 가끔 돌아보면 좌우로 읽지 못한 책들이 쌓여있다. '꼭 읽고 싶다, 꼭 읽어야지, 언젠가'라고 다짐하며 산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명품 가방 대신에 책을 살 거야'라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산 책도 어마어마하다. 얼마 전에는 집에 다녀간 첫째 아이에게 한 소리 듣고 말았다.
"엄마,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새 책을 사는 게 어때요? 어차피 다 못 읽었는데 자꾸 사기만 하면 잊어버리잖아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가끔 나도 왜 이리 책 욕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보니 한 권을 끝내고 다른 책을 고르기까지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특히 양이 많은 경우 단순히 권 수만 늘려서 대충 읽고 싶지는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문어발식 독서, 혹은 병렬 독서가 습관처럼 몸에 배게 되었다. 먼저 뭔가를 읽고 있다가 누군가 추천해 주면 리스트에 놓기도 전에 어서 맛보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히곤 했으니까. 아니면 관련 도서를 알게 되어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면 그 책을 집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과연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읽어도 될까, 고민이 된 것도 사실이다.
오늘 고명환 작가님의 독서법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꼈다.
자신의 독서력에 맞게 5권에서 10권까지 권수를 정해 그 모든 책의 딱 10쪽씩만 읽는 것이다. 권수도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나는 30권까지 시도한 적도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5권이었고, 그다음 10권, 20권으로 차츰 권수를 늘려갔다.
195쪽/『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중에서/고명환
나도 2,3권으로 늘기 시작해 최근에는 5권을 넘겼는데, 고명환 작가님은 심지어 30권을 거의 매일 읽었다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헷갈릴 수도 있고, 내용을 잊을 수도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면서. 내공이 쌓이면 생각만큼 헷갈리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작가님은 사자 단계에서 어린아이 단계로 넘어가신 분이니 그럴 수 있긴 한다. 이런 나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조급해 하지 말라고, 당장 잊어도 괜찮다는 말까지 하셨다. 어차피 책 읽기의 목표는 '지혜'를 얻기 위함이지 '지식'을 쌓는 게 주된 지향점은 아니라면서.
이런저런 계획과 일거리를 벌이면서 읽고 있는 책, 루틴을 위해 추가한 책, 단순히 끌려서 읽고 있는 책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고명환
『 CITY OF NIGHT BIRDS 』 BY JUHEA KIM
『너를 아끼며 살아라』 나태주
『 SHORT STORIES FROM 1909-1922』 BY LUCY MAUD MONTGOMERY
『 ATOMIC HABITS 』 BY JAMES CLEAR
『 A TALE OF TWO CITIES 』 BY CHARLES DICKENS
『영어 명문장 필사 노트』, 이근철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
『일상이 빛이 되는 영어 고전 필사 노트』, 용윤아
『자녀 축복 노트』, 가톨릭 출판사
『 ENGLISH BIBLE NOTEBOOK 』, THE GOSPEL OF MARK
한 장이라도 펼쳐 읽고 필사하거나 글을 쓴 책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아직 낙타와 사자 단계를 오락가락하는 내게 너무 과한 리스트가 아닌가 싶다. 나는 왜 이 책들을 읽고 가까이하고 있는가. 이유는 다양하다.
북클럽에서 지정된 도서라서, 깊은 독서를 위해
작가에게 끌려서, 이전에 읽은 책과 다른 신작을 읽고 싶어서
시를 읽고 음미하고 싶어서
번역을 위해서, 번역을 하다가 작가의 작품세계에 빠져서
자기 계발의 바이블이라 언급되는 좋은 책을 차근차근 읽고 배우고 싶어서
좋은 문구, 영어로, 또는 한글로 필사하며 기도하고 명상하고 싶어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싶어서
고전을 천천히 읽고 내 안에서 깊이 성찰하고 싶어서
올해 안에 다 읽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지만 이렇게 펼쳐놓고 이 책들과 만남을 떠올려 보니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이유와 계기는 다양하지만 단순히 욕심이 많다고 자괴감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지혜와 성장에 대한 나의 욕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책과 인연을 맺으려 노력하는 태도를 다독이고 싶다. 인생의 많은 문제가 그렇듯 책을 읽는 방식에도 정답은 없지 않을까. 책을 사랑하고 계속해서 친구가 될 수 있다면 한 권이든, 열 권이든 상관없다. 다 기억하지 못하고, 모두 당장 활용하지 못해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고명환 작가님 말대로 '언젠가 마음에 정리된 책은 내가 필요한 순간에 문득 다시 나타나 영감을 주고 아이디어를 주길' (201쪽)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