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시리즈의 사연

by 애니마리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어로 시작하는 나태주 시인의 유명한 시, <풀꽃>은 하나가 아니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그가 직접 들려주는 <풀꽃 2>, <풀꽃 3>의 내용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 본 풀꽃만큼이나 오래 고민하고 오래 쳐다보고 지었을 시. 그의 시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대중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시를 생각해서일 것이다. 세상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없이는 아름다운 시는 태어날 수가 없다. 풀꽃 1에 대한 탄생 비화는 반전이면서 유머가 담겨 좋았다. 솔직함 속에서도 정이 느껴져 좋았다.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시 중에서







이 사랑스러운 시가 사실은 말도 안 듣고 예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은 아이들을 보며 지었다고 하니 말이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 아이들이 유난히 말도 안 듣고 안 예쁜 짓을 함에도 이런 시를 지었다니. 결국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고 싶어 지었다는 것이다. 웃음이 나왔다. 유난히 착하게 타고난 성인이 아니라 보통 사람, 보통 아버지, 보통 인간의 해학이 있어서인가 보다. 내 자식도 항상 예뻐 보이지는 않는데 하물며 말도 안 듣고 부산스러운 아이들이야 오죽하랴. 천사와 악동의 이미지가 함께 있는 제제(『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나 짱구(만화 캐릭터)처럼 아이들은 야누스의 모습도 있다.



두 번째 풀꽃 이야기를 들으면 '어머'하는 감탄사와 함께 사랑꾼 같은 시인의 면모가 살아 움직인다. 진지하면서도 가볍고, 설레면서도 귀엽다.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의 시 중에서




연인까지는 아니어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그 사람 고유의 색을 알아보며 내면의 결, 영혼까지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좋은 벗이 될 것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이웃이든, 지인이든 그 사람의 안과 밖을 알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처럼 위대하다. 가장 사랑스러운 비밀이자 진실이 된다. 그 사람에게만 보이는 진실.



나태주 시인이 소개한 풀꽃, 세 번째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힘이 되지만 탄생 배경을 알고 나니 가슴이 아려왔다. 시인의 아픈 개인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유일한 며느리이자, 아들의 아내, 손자의 엄마를 잃고 쓴 시였다. 그래서일까. 이 시는 학생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유난히 좋아하며 사인을 요청한다고 한다. (138쪽/『너를 아끼며 살아라』)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by 나태주







힘들고 앞이 막막한, 때로는 이제 맞는 길인가 회의감이 들 때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어찔할 수 없는 인연의 갈림길, 가족의 인생, 타인의 고난 앞에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완벽해서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상처가 크고, 눈물이 많고, 아픈 순간을 겪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 해도 화가 나고 그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을 피하고 싶을 때 어찌해야 할까. 시인이 사랑에 대해 답하며 쓴 시를 읽어보며 마음을 달래 보는 건 어떨까.





나태주 <사랑에 답함>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나태주







한순간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내 힘을 다하여 좋게 보아주고, 싫지만 참아주며, 예쁘게 보려 노력한다면 관계의 불편함은 많이 줄 것 같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내가 시를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는 나를 성장시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