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행복

by 애니마리아


행복은 사건이기도 하지만 상태이기도 하다. 신나는 일이 생기지 않아도, 시험에 합격하거나 큰 성과를 얻지 못해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를 보면 더욱 이런 생각이 든다.







행복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너를 아끼며 살아라』217쪽 중에서







볼일이 끝나면 당연히 집에 가야지. 그게 뭐 행복인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도 집 나름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한 명이라도 있는 집과 아무리 으리으리한 호텔 같은 집도 텅 빈 외로운 집과는 다르다. 원룸 같은 집이라도 단 한 사람의 온기가 있고 반려동물이라도 나를 기다리다가 따뜻이 맞이해 준다면 그게 행복일 것이다.



가족, 지인, 친구, 그 누군가 떠오르는 대상이 있다면 행복하다. 멀리 있어도 그 사람의 존재만 생각하면 힘을 낼 수 있고 살아갈 희망이 샘솟을 테니. 그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신일 수도 있고 내가 애지중지하는 동식물일 수도 있다.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대상이 있는가.



노래. 힘들 때, 기분 좋을 때, 심심할 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가 있어도 행복한 거라니, 이건 생각지 못했다. 시인은 외로울 때 혼자 부르는 노래가 있나 보다. 웃다 말고 생각해 보니 자신만의 노래를 모아두는 건 꽤 멋진 취향 같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 사람들은 노동요를 불렀고 기쁜 일, 축하할 일이 있으면 축복의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나도 행복하고 상대도 행복하고 외로움을 달랠 수도 있고 즐거움을 전파할 수도 있다.



문득 나는 어떤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거나 기억하는지 생각해 본다. 셀 수 없이 많은 유행가가 지나갔지만 몇 가지만 꼽으라면 '비 오는 거리', 'I'll always love you.',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 등이 떠오른다.



*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

가수는 잘 모르지만 노래 전주부터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이 왠지 좋다. 들을 때마다 편안하고 비가 올 때면 늘 듣고 싶은 노래다.



* 휘트니 휴스턴 whitney houston의 'I'll always love you.(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영화 '보디가드'가 나오기 전부터 그녀의 목소리와 매력적인 노래 스타일을 좋아했다. 마치 스테디셀러 책처럼 드문드문 생각나 듣는 팝송이다.



*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

드라마는 못 보았어도 이 노래는 한때 거의 매일 듣다시피 했다. 요즘도 가끔 듣곤 한다. 임영웅 노래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이다. 듣다 보니 좋았고 나도 덩달아 함께 들으며 흥얼거렸다. 원곡자가 아니라고 해서 놀랐고 이문세의 감성과는 다른 편안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압권이다. 우열을 떠나서 독특한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임영웅스러운 분위기의 노래이자 잘 소화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불타는 듯한 열정이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늘 내 곁에서 오랜 친구처럼 함께 하고 싶은 노래가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나도 깨닫지 못한 행복을 찾게 도와준 시인께도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그동안 소홀했던 추억의 노래를 다시 들어 보았다. 꼭 잘 부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한 소절이라도 듣거나 불렀을 때 기분이 좋아지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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