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가능한 이야기

『 THE BOXCAR CHILDREN 』

by 애니마리아


제목: THE BOXCAR CHILDREN(가제: 기차간 아이들)

작가: 거트루드 챈들러 워너 GERTRUDE CHANDLER WARNER

PUBLISHER: RANDOM HOUSE

FIRST PUBLICATION(초판):1924



이 책은 1924년 처음 랜드 맥낼리에서 출판했으나 1942년 앨버트 휘트먼 앤 컴퍼니로 판권이 넘어갔다. 이때 원작이 다소 개작되면서 분량도 줄었다고 한다. 이후 1969년 다시 다른 출판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로 출판권이 바뀌었고 현대 버전으로 재출간되었다. 지금 원서 형태로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랜덤 하우스 버전이다.



작가 거트루드 챈들러 워너(1890~1979)는 미국 코네티컷 출신으로 다섯 살 때부터 작가를 꿈꾸었다. 교사로 일했고 독서와 자연을 사랑했다. 그녀의 이러한 성향은 '기차간 아이들'시리즈인 『놀라운 섬』에 반영되기도 하였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 박물관을 만든 것처럼 실제로 어린이 박물관이 코네티컷 주에 세워지기도 했다(2004년). 말년에는 적십자사, 암 협회와 같은 자선 단체에서 봉사하며 고통받는 어린이와 성인을 도왔다.



작품은 1924 초판과 1942년 개정판이 초반 설정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필자가 읽은 것은 개정판으로 갑자기 어느 마을에 나타난 네 형제자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첫째 헨리부터, 제시, 바이올렛과 베니까지. 어느 마을에 나타난 이 아이들의 정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간단한 짐만 지니고 나타난 아이들은 배가 고프고 잘 곳이 없어 마을의 빵집에서 일을 도와주고 하룻밤 신세를 지내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빵집 부부가 막냇동생 베니를 고아원에 보낼 계획을 알게 된 아이들은 결국 밤중에 그곳을 몰래 탈출을 감행한다.



이 네 아이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보호자도 없이 위험한 밤중에 다시 길을 떠난 아이들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설사 그런다 해도 어디를 갈 것인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낮에는 자고 밤에만 이동하던 아이들은 숲 속에서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1924년에 쓰인 작품으로 소설은 정확한 연도나 시간은 나오지 않지만 이와 비슷한 시기로 보인다. 책의 독특한 점은 제목에서부터 나타나는데 특히 제목에 있는 boxcar라는 단어가 그렇다. boxcar는 본래 기차의 일부 중에서도 유개 화차, 즉 지붕이 있는 화물차를 뜻한다. 우리말로 표현된 제목이 궁금했지만 놀랍게도 온라인 서점에는 이렇다 할 번역서가 보이지 않았다. 가제를 생각해 보았는데, 직역해서 '유개화차 아이들'이라고 하면 책 제목으로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해야 한다면 '박스카 아이들'이라고 영어 음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차간 아이들' 정도가 무난하지 않나 싶다.



다른 특징 및 인상적인 장면을 말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줄거리 소개 이상의 스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그래도 인상 깊었던 부분을 위주로 몇 가지 짚어보자면 우선 이 작품이 미국 내 유행했던 시리즈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작가는 18권의 '기차간 아이들'의 후속작을 출간했다. 중간에 몇 번 출판사가 바뀌고 작가가 사망한 후에도 이 책의 다른 에피소드는 타 작가들의 공동 작업을 통해 백 권이 넘는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 현대 동화나 아동서와는 문화나 생활면에서 많은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이는 서양, 특히 미국의 개척정신이나 독립 및 자립정신을 강조하는 문화와 관련 있어 보인다. 첫 장면부터 이렇다 할 설명 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유발하고 이는 자연히 독자의 관심을 끈다.



필자는 어른이지만 아동서의 환상성과 판타지도 꽤 즐길 정도로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 캐릭터들의 모습과 행동이 너무 완벽하고 깔끔해서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가령 5세에서 십 대 초반까지의 나이로 보이는 아이들이 숲 속에서 지내며 아무런 문제 없이 불을 피우고 요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1920년 대면 꽤 오래전 이기는 하나 화물 기차가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산업화나 경제가 어느 정도 발달한 미국 사회임을 추측할 수 있다. 그들의 모험과 사건이 재미있으면서도 자꾸 어른의 관점에서 질문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능숙하게 생활을 해 나가지? 생애 처음으로 도망 다니는 아이들인데. 빨래는 개울가에서 하고 옷은 어디서 갈아입을까.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하지? 형제지만 남자 둘, 여자 둘인데. 그들은 스스로 복지 단체나 경찰서에 가서 도움을 청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기독교 정신이 중요한 나라니 교회라도 찾아갈 수 있을 텐데.' 이런 현실적인 고민들을 말이다.



마법이나 신비한 일이 일어나는 판타지 장르도 아니라 더욱 이런 의문이 들었던 것 같다. 이는 취향 차이이니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또 하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아이들은 애당초 돈도 거의 없고 필수품도 없다. 숲 속에서 잠시 지내면서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헨리는 결국 마을로 내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우유 및 고기, 빵과 같은 음식을 구해 온다. 나머지 아이들은 블루베리를 따서 식사 일부를 해결한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음식을 담을 그릇도, 수저도, 난방 기구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버린 고물 및 쓰레기 더미에서 깨진 용품 및 냄비를 찾아 씻어서 사용한다. 캠핑을 다닌 전문가도 아닌 바에 어린아이들끼리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작품은 논리와 현실성보다 아이들의 독립성과 성장, 모험과 같은 요소에 초점을 맞춰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있음 직한 사실주의 소설이라도 허구는 허구니까. 어른의 시선이 아니라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놀랍고 신나고 두근거리는 모험과 기발한 생각이 넘쳐나는 세계다.



다소 불안한 환경에서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였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잘 지내는 장면을 읽을 때면 자연히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






"자유 달리기 대회에서 누가 우승했니?"

"바로 저예요."

헨리가 말했다

"아, 너라고?"

무어 박사님이 외쳤다.

"정말 잘했다. 그런데 우승 상금은 어떻게 쓸 거니?"

"동생 제시한테 줄 거예요."

헨리가 대답했다.

110p./From The Boxcar Children




동생을 끝까지 지키려는 형, 누나들, 동생들을 위해 일하고 대회에 나가 상금을 받았음에도 바로 동생을 위해 쓰겠다는 맏이가 나온다. 다친 개를 치료해 주고 반려 가족이자 친구가 된 둘째 제시와 개구쟁이 베니까지. 순수하면서도 엉뚱하고 우애 깊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논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뜻한 감성의 아동서를 즐기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아기자기한 모험과 영어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언어유희를 맛볼 수 있는 장면도 있으니 한 번 천천히 읽어보는 건 어떨까. 마법과 같은 화려함은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은 이국에서의 독특한 문화 체험으로 여기면 되니까. 옛날 드라마이긴 하나 혹시 '초원의 집'이라는 외화 드라마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그와 비슷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무인도에 떨어진 소년의 이야기, 『Hatchet손도끼』가 떠올랐다. 이것만은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 작품은 혼자가 아닌, 네 명이 함께 있으니 아이들이 훨씬 덜 외롭고 더 행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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