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선택『A Redeeming Sacrifice』2

by 애니마리아


『빨간 머리 앤』의 작가, 몽고메리의 단편선에 나오는 두 번째 이야기, 『 A Redeeming Sacrifice 』를 소개한다. A Redeeming Sacrifice, 직역하면 '구원하는 희생'이다. redeem은 토지나 저당을 '되찾다, 회복하다'라는 뜻에서 '명예를 회복하다, 만회하다'라는 의미, 또한 종교적으로 '구원하다, 죄로부터 구하다, 실패로부터 구하다'라는 뜻도 있다. 그렇다면 이는 죄와 속죄에 대한 이야기일까. 편견인지, 습관인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구원, 희생이라는 단어만 보고 『죄와 벌』 같은 소설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작품 속으로

폴 Paul은 주변 여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미남 청년이다. 그는 어느 마을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순수하고 여린 여성, 조안 Joan과 마주친다. 첫 만남이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며 함께 춤을 춘다. 구체적인 말이 없어도 그들의 눈빛과 동작만 보아도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눈치챈 조안의 오빠는 잠시 조안에게 다른 방에서 대기하라고 명령한다. 한 사람(폴)하고만 춤을 추는 동생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 말에 따라 잠시 헤어지지만, 눈빛으로 무언의 약속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다. 음악이 끝나면 다시 만나리라는 것을.



잠시 후에 연인을 만날 생각에 설레면서 바닷가로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폴. 그러다 근처에 머물다가 우연히 자신에 대해 말하는 마을 유지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조안처럼 착하고 순진한 여자가 폴처럼 불성실하고 술도 마시며 불안정한 사람에게 빠져 결혼하면 미래를 망칠 거라는 내용이었다. 폴은 그때까지 타인의 질타와 비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충격에 휩싸여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졌다. 과연 자신은 아름다운 조안에게 독(毒) 같은 존재인가. 그녀는 자신을 만나 불행해질 운명인가. 그는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폴은 조안을 사랑했다. 그건 자신의 지금 자신의 것이 된 조안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만큼 큰 사랑인가? 폴과 함께 한다면 앞으로 짊어지고 갈 가난에 시달리며 수치스러운 삶으로부터 그녀를 구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사랑인가? 과연 자신보다 그녀를 더 사랑하는가?
He loved Joan. Did he love her well enough to stand aside and let anohter take the sweetness and grace that was now his own? Did he love her well enough to save her from the poverty-stricken, shamed life she must lead with him? Did he love her better than himself?


p. 15/『 A Redeeming Sacrifice 』 중에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연애에 대해 한 번쯤은 마주치거나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야 하는가, 사랑하니까 끝까지 싸워야 하는가.'


혹자는 사랑한다면 상대가 더 불행해지기 전에 보내주어야(혹은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그건 비겁한 행동이며 제대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변명이라며 끝까지 사랑을 쟁취하라고 하기도 할 것이다.



이 또한 사람마다 다른 대답이 나오겠지만, 필자는 상황과 앞뒤 맥락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폴이 스스로 되뇐 것처럼 그가 진정 조안을 사랑하는가라는 부분부터 짚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한 게 아니라면, 그저 과거에 어울렸던 다른 여자들처럼 지나가는 장난일 뿐이라면 이런 고민을 할 가치조차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사랑이 맞는다면 그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가, 아니면 어리석은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결국 판단은 타인의 평이 아닌 자신의 변화 가능성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마을 사람들의 평이 사실일지라 하더라도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가 굳은 의지로 변하리라는 실행을 옮길 수만 있다면 말이다. 과거의 자신을 뒤집는 건 세상을 바꾸는 일보다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폴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마을 사람들은 폴의 결정을 두고 역시 자신들이 옳았다며 의기양양해한다. 과연 그럴까. 마을 사람들 말대로 폴은 망나니에, 바람둥이에, 후안무치한 사람이었을까. 분명한 건 폴은 자신이 용기와 실행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지 냉철하게 고민했다는 것이다. 뜨내기 같은 자신이 조안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지 아니면 마을의 성실한 청년이 조안을 더 행복하게 해 줄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더 사랑하는지, 조안을 더 사랑하는지 집요하게 생각했을 테니까. 그의 필사적인 갈등을 모르는 마을 사람들과 달리 독자는 알게 된다. 필의 선택이 안타깝지만 왜 존중해 주어야 하는지를.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를 바라보면서도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을 깨달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제목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그러면 어렴풋이나마 왜 이런 제목이 지어졌는지, 이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름의 윤곽이 보일 것이다.



자, 이 작품이 여전히 죄인을 구원하는 내용처럼 보이는가. 아니면 연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애써 연기한 사람의 절규로 느껴지는가. 아니면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작가는 독서 후에도 독자의 마음에 '만약'과 '혹시'라는 가정을 하며 계속 상상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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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rt Stories of Lucy Maud Montgomery from 1909-1922 저자미등록출판 SMK Books발매 2018.04.03./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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