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짓눌리지 않는 아름다움 『BIG 』

by 애니마리아


부제: 아이의 마음을 통해 치유를 배우다



* Title: 『 BIG 』(번역서: 나는 크고 아름다워요)

* Author: 배슈티 해리슨 VASHTI HARRISON

* Publisher: 리틀 브라운 컴퍼니 LITTLE, BROWN AND COMPANY

* Printed in 2023

*TRAITS: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NEW YORK TIMES BESTSELLING CREATOR



세상에서 '크다'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커서 좋은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어떤 사람은 집이 크면 좋다고 합니다. 나라의 국토가 크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땅은 좁은데 인구는 많은 도시에서 특히 공감되는 의견이지요. 주차 공간도, 집도 너무 좁으면 답답함을 넘어서 삶이 불편해지니까요.



하지만 '너무 커서' 불편하거나 싫은 것도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특히 한국에서는 얼굴이 크게 나올까 봐 자꾸 뒤로 물러서거나 예쁜 옷을 입고 싶은데 어느새 작아진 옷이 느껴질 때면 속상해하면서요.



여기 한 소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갓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귀엽고 건강해 보이는 아기입니다. 아직 기지도 못해 등을 바닥에 댄 채 팔을 뻗어 알록달록한 모빌을 만지려 합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고 마침 입고 있는 옷에는 '꿈을 크게 꾸어라 DREAM BIG'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옛날에 한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웃었다 하면 크게 웃고, 마음도 컸으며, 꿈도 아주 큰 아이였지요.
...(중략)...
모든 게 좋았답니다. 그렇지 않을 때까지 말이죠.

『 BIG 』 본문 중에서





'좋아지지 않을 때까지' 라니, 무슨 말이었을까요? 뭐가 안 좋아졌을까요?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주변은 온통 핑크빛이었어요. 똑똑한 아이여서 그런지 알파벳이나 숫자도 빨리 익혔습니다. 밥도 아주 잘 먹어서 몸도 점점 커지게 되었어요. 주변에서는 정말 많이 컸다고 뿌듯해했어요. 아이는 행복했고 미소도 크게 짓고 꿈도 크게 꾸었습니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동작도 크게, 열심히 연습했답니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 몸집이 컸던 소녀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오해와 지나친 조언까지 받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발레복을 입은 소녀의 커다란 체형을 보고 수군대며 비웃었어요. 급기야 그네에 몸이 끼어 나오지 못하는 소녀를 보고 도와주기는커녕, '고래'니 '젖소'니 하면서 웃어댔어요. 급기야 선생님이 소녀에게 발레를 하기에는 몸이 너무 거대하다는 말까지 했고 그때부터 소녀의 마음은 작아지기 시작했어요. 한없이 움츠러들며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걸 느낍니다.



이상하죠? 몸집은 점점 커지는데, 누가 봐도 크고 눈에 잘 띄는데 소녀의 마음은 연기가 사라지듯 점점 희미해지고 없어지니까요. 과연 소녀는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도 자신의 편이 되어줄 친구와 어른의 도움 없이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요동을 쳤습니다. 핑크빛으로 물든 세상은 아이의 심리와 행복 정도를 나타냈거든요. 처음에는 온통 밝고 희망찬 핑크색이 소녀가 상처를 받을 때마다 사라지며 어둡고 무거운 색에 잠식당합니다.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은 아이도 아닌 어른마저 아이의 꿈을 과하다고 결론 내며 빼앗을 때였어요. 몸이 조금이라도 작게 보이려 하려고 분홍 옷을 검은 옷으로 바꾸고 춤이 아닌 배경으로 만들어버리는 상황은 마음이 아프다 못해 화가 났어요. 가상의 상황이지만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저도 어릴 적 몸집이 커서 놀림을 받았던 경험이 많이 있었기에 반복되는 역사가 그냥 넘겨지지 않았어요.



암울한 기분에 빠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던 소녀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건 마법도 아니고 소녀를 위해 누가 기사처럼 나타난 것도 아니었어요. 몸은 크지만 마음도 컸던 소녀는 자신의 마음이 쪼그라들게 내버려 두지 않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어둠에 숨지 않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핑크빛을 찾아가는 여정은 따라가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습니다. 순간 이 소녀처럼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였죠. 이미 성인이 된 저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아직 남아있는 내 안의 아이를 보듬어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비슷한 상황에 힘들어하는 아이나 사람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삼가고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배우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쉽지 않은 태도거든요.



읽는 내내 작가가 소녀의 감성과 경험을 정말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슈티 해리슨 작가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아프리카계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버지니아 대학에서 미디어와 스튜디오 아트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영화와 비디오 과정도 밟았고요. 이 책으로 2024년 '칼데콧 대상 수상작'을 수상했지만 그림뿐 아니라 탄탄하고 감동적인 구성, 이야기도 꽤 인상적입니다. 이 외에 『 술웨 』, 『 언니들은 대담했다』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려는 순간 작가의 말이 눈에 들어왔어요. 알고 보니 작가도 어릴 적 소녀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더군요. 그네를 타다가 그만 큰 몸집이 그네 사이에 끼어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순간을 겪었다고 하네요. 큰 몸집에 피부까지 검었던 소녀는 이중, 삼중으로 상처를 받아야 했을 테죠.



이 책이 아름다웠던 또 다른 이유는 색으로 표현한 아이의 심리와 세상의 편견과 같은 문제의식을 비판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작품은 경험과 지혜가 부족한 아이만이 아니라 이미 고정된 편견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어른을 향한 호소이기도해요.



책을 덮고 동화가 주는 울림과 메시지를 생각하며 BIG이라는 단어의 긍정적인 쓰임을 좀 더 찾아보고 싶었어요.



BIG PICTURE 큰 그림

BIT HEART 마음이 넓음, 인심이 후함

BIG BREAK 인생의 전환점, 기회

BIG DAY 중요한 날

BIG WIN 큰 성과

BIG DREAM 원대한 꿈

BIG SMILE 환한 웃음



오늘 하루, 다이어트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크게 웃을 수 있는 일이 생겼으면 합니다. 이렇다 할 행사가 없다면 꿈이라도 다시 크게 꾸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그것으로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말이에요. 우리에게는 상상이라는 커다란 붓과 사랑이라는 물감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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