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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을 추구하다(인스타그램 2000 피드)

by 애니마리아




꾸준함이 쌓여 비로소 견고해지고,
평범했던 노력들이 모여 비범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열정과 끈기의 불꽃이 당신의 미래를 밝혀줄 것입니다.

-나태주/264쪽『너를 아끼며 살아라』








꾸준함은 지루하다. 시작은 거창하나 결국 나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꾸준함은 미련하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꾸준함은 외롭다. 아무리 확신에 차서 시작했더라도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영상 번역가 황석희 님은 개인적으로 '꾸역꾸역'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대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이 단어는 삶에서 실제로 실천하고 일어나는 일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꾸역꾸역'의 첫 번째 뜻은 '음식 따위를 한꺼번에 입에 많이 넣고 잇따라 이 씹는 모양'이다(표준국어 대사전).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에 음식을 너무 많이 넣으면 많이 씹어야 한다. 그래야 소화도 시키고 음식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을 테니까. 반복의 과정에서 지루함도 느낄 것이고 이도 아플 것이다. 마치 소의 되새김질처럼 씹고 또 씹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살기 위해서 먹고 또다시 먹기 위해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 떠오른다. 그도 초기 몇 년은 저임금과 갑질에 시달리는 등 바닥부터 시작한 일을 언급했다.



느리고 어설픈 지금,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이라도 꾸역꾸역 나의 할 일을 해나간다. 그렇게 꾸준히 해 나가다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던 나의 뭔가가 비범함이 되어 내 앞길을 비춰주겠지. 거창하고 화려한 불빛은 아니어도 어두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작은 빛이 되어 주리라.



누군가 말했다. 나의 기록을 SNS에 드러내는 것은 단순히 자랑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결과를 드러내는 과시가 아니라 뭔가에 들인 시간과 노력, 꾸준함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가시적인 기록을 통해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꾸준히 뚜벅뚜벅, 꾸역꾸역 나아가는 것임을.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도 식어가는 열정에 다시 불꽃을 피우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 하나의 피드로 시작해, 백 개가 되고 천 개가 되고 드디어 이천 개가 되었다. 나만의 꾸준한 기록이 되었다. 고독해도, 응원의 제스처가 소수여도 계속할 수 있는 힘이다. 여기까지 지난한 되새김질을 하며 꾸준히 걸어온 나를 격려한다. 앞으로 해 나갈 도전을 위해, 실패를 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나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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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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