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프로그램의 또 다른 브레인으로 유명한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을 읽는 중이다. 지난번 유현준 교수님의 『공간과 인간』이 건축가의 시선으로 본 인류의 역사라면, 이번 책은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본 세상과 법칙이다. 범위는 훨씬 넓다. 소위 양자역학이라 불리는 작은 원자의 미시 세계부터 우주와 같은 거의 무한대의 세상까지 다루니까.
과학 분야를 다루면서 부드럽고 다정한 필체가 느껴질 만큼 재미있는 예시를 들어 설명하지만 여전히 어려워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전에 읽은 『프로젝트 헤일 메리』보다 자료 및 용어 검색 시간이 더 늘고 있다. 그래도 꾸준함의 힘을 믿고 이해가 잘 가지 않더라도 나름 도표나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하면서 꾸역꾸역 읽고 있다:)
블로그에는 이 책을 처음 다루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골라 생각하고 기록해 보려 한다. 오늘의 화제는 '열역학 2법칙'이다. 이는 책의 2부 '시간을 산다는 것, 공간을 본다는 것'에서 나오는 개념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얼핏 배운 개념 같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시험 때만 반짝 공부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이런 개념이 쏟아지는 책이니 복습도 할 겸 자꾸 멈추고 AI의 도움을 청하게 된다. 뜻을 알아도 이 개념이 여기서 왜 나왔으며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납득이 되지 않아 더욱 혼란스럽기도 하다. 점점 머리에서 증기가 나오는 것 같은 감정을 감지하지만, 개념 하나만이라도 알고 가지 스스로 달랜다.
* 추가로 드는 의문은 이랬다.
열역학 제2법칙이 뭐였더라?
2법칙이 있다면 1법칙이 있었겠네. 뭐였더라?
그런데 바로 앞에 나온 카오스 이론과 무슨 상관이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선형이 아니라 방사형으로. 자, 자료 조사할 시간. 아침 독서는 또다시 과학 독학 시간이 되어버린다. 뉴턴과 같은 과학자와 현대의 과학자가 들려주는 대화를 잠시 멈추고 개념 파악을 시작한다. 카오스 같은 혼란한 메모를 정리해 보았다.
열역학 제1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 즉 에너지는 소멸되거나 생성되지 않고 형태만 바뀔 뿐이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예측.
맞다. 시간은 늘 현재를 지나 미래로 향하지만 과거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부분에서 이 용어가 언급되었다. 시간을 말할 때 '우리는 내일로 갈 수는 있어도 어제로는 갈 수 없다'(p. 100~106)는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개념 각각은 이해했어도 여전히 왜 카오스 이론을 말하다 말고 열역학 제2법칙을 말했을까 조사해 보았다. 뉴턴 법칙에서 나온 카오스 이론은 결정론 시스템에서도 무질서가 나타난다는 뜻이라고 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물리학적으로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따라서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 법칙 혹은 엔트로피 증가 법칙이라고 불린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 법칙이나 과학자의 이름, 숫자는 또다시 망각 곡선을 타고 잊힐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는 기억하고 싶다. 세상은 아주 적은 자극에도 무한한 '나비효과가' 나타나며 확률적으로 무질서한 '카오스'가 존재한다. 그리고 시간은 절대 역행하지 않는다.(시간의 화살) 1법칙이든, 2법칙, 혹은 그 어떤 이름이 붙더라도 시간 여행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여행하는 것 이상으로 불가능하다. 아직까지는.
또 하나 놀라운 사실도 발견했다.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하며 '루빅스 큐브' 장난감의 예가 나온 부분이다(p.110). 색이 한 번 흐트러지면 맞추기 힘든 장난감이지만 한 개의 큐브가 구현해 내는 형태의 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수학에 약하기에 대충 계산해서 수백 개 정도의 경우의 수를 추측할 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려 4,000경(43,252,003,274,489,856,000개) 정도 된다고 책은 설명한다. 큐브가 가질 수 있는 형태의 수로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를 1초에 하나씩 변형할 수 있다고 해도 1조 년이 걸리다고 한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들 찰나, 김상욱 교수님은 말한다. 큐브 형태 구현 시간이 우주의 나이보다 100배가 걸린다(p.110)고 말한다. 과학자가 말하는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다. 아무리 생명 연장의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인간으로서 가늠이 잘 안 되는 시간이다. 이런 계산을 한 과학자도 대단하고 결과물도 신기하다.
떨림과 울림저자김상욱출판동아시아발매 201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