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런던의 책을 읽고 있다. 19세기 초 골드러시로 갔던 유콘 지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 가운데 하나다. 몇 년 전 『 THE CALL OF THE WILD 야성의 부름』(1903)를 읽고 그의 작품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거친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교감, 다시 본연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개, 인간, 늑대의 이야기는 작가의 시그니처이자 지문과도 같다. 이후 잭 런던의 작품과 그의 시선은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늘 그렇듯 시험과 할 일 사이에서 읽어야 할 책이 쌓일수록 스트레스가 쌓이곤 한다. 책을 좋아하지만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압박을 받는다. 책을 읽다가 생긴 스트레스는 책으로 풀기도 한다. 마침 어렵고 양이 많은 책으로 조급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소 짧은 소설을 집어 들었다.
『 WHITE FANG 늑대개/화이트 팽』(1906)은 『야성의 부름』보다 몇 년 후의 작품이지만 좀 더 본능적이고 좀 더 거친 자연의 법칙을 다룬다. 놀라우리만치 동물의 시선을 이해하면서도 동물의 감각 속을 누비는 인간의 고찰이 담겨있다.
지금 읽고 있는 버전은 읽기 수월하게 각색된 버전이다. 그래도 150페이지가 넘는 중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초반을 읽고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관련 영화를 보기도 했다. 여러 각색 편이 있지만 2018년 애니메이션 "늑대개 화이트 팽 WHITE FANG"을 추천한다. 넷플릭스에 있어 접근성이 좋지만 세부사항은 원서에서 빠지거나 변형된 내용이 꽤 있다.
잭 런던의 책은 자연주의와 인간, 동물의 투쟁, 생존과 같은 문제가 매우 거칠고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의 작품은 <영미 단편소설> 시간에 "THE WHITE SILENCE"(1899)로 접했다. 날것의 무언가를 소금 간도 없이 먹거나 보는 충격이 있어 읽기 힘들었지만 묘하게 끌리는 작품이었다.
『 WHITE FANG 화이트 팽』 인트로를 소개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작가의 유머 감각과 활력이 느껴져 좋았다. 어둡고 힘겨운 분위기가 아닌 신비하고 사실적이면서도 문학적 감각이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기에.
"헨리. 우리 개가 합해서 몇 마리더라?"
빌이 물었다.
"여섯 마리잖아. 왜?"
헨리가 대답했다.
"그게 말이야. 내가 분명히 생선 여섯 마리를 꺼내왔거든. 그런데 모자라네."
"자네가 물고기 개수를 잘 못 계산했겠지."
"아니, 아니야. 가져온 생선은 여섯 마리가 확실해. 개는 일곱 마리더라고. 그런데 한 마리가 생선을 받자마자 도망가 버렸어."
4쪽/WHITE FANG 중에서
썰매개의 먹이를 챙기던 빌은 무의식적으로 먹이를 투척했다가 뭔가 이상함을 발견했다. 여섯 마리의 개 속에 한 마리가 끼어있었던 사실을 깨닫고는 그 머쓱함을 동료 헨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늑대가 아니냐는 헨리의 추측에 빌은 의문을 품는다. 늑대라면 불과 사람이 있는 곳에 스스럼없이 와서 먹이를 받아 갈 리 없다. 마치 길들여진 개와 같다고 말이다. 일명 '붉은 개(THE READ DOG)'로 그들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늑대 무리에서 왔다. 심지어 늑대의 리더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 떠오르는 가운데 붉은 개의 사연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붉은 개는 개일까, 늑대일까, 아니면 혼혈일까. 늑대 무리의 리더도 아니면서 어찌 과감한 먹이 강탈을 시도하는가. 무엇보다도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각색된 원서를 읽으면서 각색되지 않은 원서를 읽고 싶어졌다. 예쁘게 꾸며진 글이 아닌 민낯의 작품을, 쉽지 않은 생을 살다 간 작가의 심리를 파헤치고 싶다. 매너리즘에 빠지던 기분에 의욕을 심어 준 작품 『 WHITE FANG 』에게 감사한다.
오늘, 너를 감사 일기에 너의 이야기를 넣겠어.
White Fang저자미등록출판 Bibliotech Press발매 2020.04.03.
화이트 팡 감독알렉상드르 에스피가 레출연미등록개봉미등록
늑대 배감독랜달 크레이저출연클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어, 에단 호크, 세이무어 카셀, 제임스 레마, 수잔 호건개봉 1991.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