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견'붉은 개'는 개다. 그녀의 짝, '외눈박이'는 늑대다. 그 사이에 태어난 새끼는 무엇일까. 개인가, 늑대인가, 그냥 혼혈 개인가, 늑대 개인가. 인간과 달리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까. 아니면 자신에게 부여된 DNA 유전자의 확률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인가.
인간들은 이를 드러내지도 으르렁거리지도 않았다. 단지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야생에서 본 동물과 전혀 달랐다. 새끼 늑대가 이해한 어떤 규칙도 따르지 않았다.(They did not follow any rules that the wolf cub understood)
새끼도 움직이지 않았다. 본능은 그에게 도망가라고 말했지만 뭔가가 자신을 붙잡았다. 그는 경외심에 사로잡혔다. 속의 무언가가 이 인간들을 존경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p.38/"WHITE FANG" 중에서
*** vocab.
snarl 자.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다, 으르렁거리듯 말하다
cower vi. 겁을 먹고 몸을 숙이다, 웅크리다
sink down 해와 달이 지다, 맥없이 주저앉다, 떨어지다, 아래로 내려가다
아메리카 대륙의 척박한 땅, 얼음과 추위, 기아에 허덕이는 계절에 만난 인간과 개의 만남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을 만나 어린 늑대 새끼(아빠를 닮아서라고 나온다)는 자신에게 다가온 인간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본능에 거슬리는 행동을 유발하는 강한 힘에 지배당하면서. 어쩌면 먼 옛날 늑대와 개는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분류되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는 달리 경외심과 존경, 복종의 그 어딘가에 머물며 교감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오늘 작품을 읽으며 야생과 인간의 만남을 보는 듯한 신비한 장면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는 전혀 다른 존재와의 조우이자 관계의 시작이고 서로의 언어를 맞춰가는 관계의 시작점이었다. 영화 <콘택트>(2017)의 원제 Arrival처럼 한 종이 한 종에게 다가가 이름을 부여받았다. 본능에 따라 이를 드러내며 경계하는 새끼를 보고 한 인디언이 말했다.
"The White Fang!(하얀 어금니!=화이트 팽)"
White Fang저자미등록출판 Public Public Books발매 2020.07.04./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