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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파동인가, 입자인가(떨림과 울림 2:양자역학)

by 애니마리아


한동안 소홀했던 『떨림과 울림』, 이런저런 핑계로 밀려난 이 책을 나는 버릴 수 없었다. 책의 띠지에 있는 사진에서 어려운 물리학을 쉽게 설명해 주려는 작가의 따뜻한 미소를 외면할 수가 없다. 서평을 써야 할 책을 마저 읽어야 했지만 '그래, 십 분만 읽자'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막상 지나고 보니 40분이 다 돼간다. 오늘도 끙끙대며 AI의 도움을 받고 메모도 하면서 2장도 채 읽지 못했다. 그만큼 짧은 페이지 수 안에 이해해야 할 정보와 잊었던 개념이 가득했다. 게다가 나의 짧고 얕은 이해력도 한몫했을 터.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 배우고 복습한 개념은 양자역학의 '이중성'과 '상보성'이다.


첫 번째 꼭지의 제목은 '이중성'이었다. 대뜸 비유로 시작하는 문단에서 한 질문이 훅 들어온다.



'당구공'의 대립물은 무엇일까? 물리학자의 답은 '소리'다.'(130쪽)



자문자답 같은 문장을 몇 개 읽는 동안 무슨 말이며, 왜 이런 문구가 언급되었는지 파악이 전혀 안 되었다. 이후 작가님이 공을 들여 이 부분을 설명하고 입자와 파동으로 연결하는 말미에 가서야 다시 꼼꼼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두세 번 다시 읽고 관련 개념을 검색하고 난 다음에야 이 비유의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당구공의 대립물이라. 작가는 상대어나 반대말이 아니고 대립물이라고 지칭했다. 여기서부터 물리학자의 용어는 무척 다르다. 딱딱하고 학구적인 용어 같으면서도 뭔가 특별한 세계를 다루는 것 같다. 내가 사는 평범한 세상과는 다른. 이런 범인(凡人)의 생각을 읽은 듯 김상욱 교수님은 위의 인용구가 마치 선문답(진리를 주고받는 대화)으로 들릴 것 같다고 독자의 반응까지 덧붙인다.



물론 이는 빛의 파동 성과 입자성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다. 이해를 돕기 위해 표로 정리해 보았다. 입자와 파동이 대립물임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서로 다른 성질임은 분명하다는 것.


*당구공:무게 있음, 소재 파악 가능, 입자 역할

*소리:무게 없음, 정확히 파악 어려움, 파동의 역할(따라서 여기저기 동시에 존재가 가능)


18세기 후반 전기가 발견되고 19세기 전기를 이용한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당시 획기적인 발견과 발명으로 세상은 떠들썩했을 것이다. 요즘 AI로 난리가 난 것처럼 말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과학 공상 소설이다. 전기의 힘으로 시체를 되살린다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가능성에 영감을 주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전기장과 자기장이 만들어내는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초기에는 파동설이 우세했다고 한다. 이후 '흑체복사'니, '광전효과', 아서 콤프턴의 당구공 실험(책으로는 부족해서 검색을 한참 해야 했다) 등으로 빛이 파동일 뿐만 아니라 입자라는 증거가 나왔다. 결국 인류는 빛과 전자는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리적으로는 결코 양립할 수 없기에 더욱 신비스럽다. 자웅동체를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남자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되기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알면 알수록 헷갈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작가님은 '이중성은 자연의 본질인 것 같다'라고 했다. 놀랍게도 서양에서 발견한 개념인 이중성이자 '상보성'(보어 주장)이 이미 동양에 있었다고 한다. 힌두교 경전에 나오는 구절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움직인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멀다, 그리고 그것은 가깝다. 그것은 이 모든 것 속에 있으며 이 모든 것 밖에 있다.

135쪽/<우파니샤드>경전 인용 『떨림과 울림』



이 얼마나 수수께끼 같은 경구인가. 물리학에서 철학과 신학, 우주 원리를 발견하다니. 시간이 지나면 또 잊을지 모르나, 오늘도 나는 철학자의 영혼을 지닌 물리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양자역학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기 위해 반복하고 정리한다. 어렵지만 재미있다. 시험 점수를 위해 억지로 결론만 외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지식과 지혜를 확장하기 위한 독서를 하는 과정이라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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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저자김상욱출판동아시아발매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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