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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Mar 07. 2024

서평:Why Fish Don't Exist


Title: Why Fish Don't Exist


Author: Lulu Miller

PUBLISHER: Simon & Schuster paperback

PUBLISHED in 2020

National BestSeller 



  이 책을 리뷰하는 사람 상당수가 이 책의 정체성을 언급할 때면 표지에 나온 소제목을 종종 인용한다. '이 책은 상실, 사랑과 숨겨진 삶의 순서(질서)를 다룬 책'이라고. 틀린 표현은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뭔가 잃어버리는 것, 단순히 물건을 잃어버리는 차원이 아니라 매우 소중한 무엇인가가 완전히 파괴되는 사건이 있었으니까. 사랑은 어떤가? 이 책은 전형적인 소설이 아니다. 번역서를 검색해 보니 자연과학, 생명과학 분야에 속해 있다. 그렇다고 순수 과학 서적 같은 전문서도 아니다. 그랬다면 나는 거의 이해하지도 못하고 책을 내려놓았을 테니.^^



  온라인 서점 원서 코너에서 검색해 보았다. 생명과학 분야로 분류된 것은 여전하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생물학과 비슷한 이미지를 풍기는 어류에 대한 영어판 '알쓸신잡'과 같은 프로그램일까? 



  이번에는 아마존으로 들어가 보았다. 제목을 입력하니 '편집자의 추천 목록'에 있는 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서지 정보란을 보니 여러 분야에 올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생명과학 분류학 분야 1위, 과학자 전기 분야 26위, 회고록 377위 등의 기록이 표시되어 있었다. 



  막상 이 책을 읽어보면 처음부터 쏟아지는 생명과학, 생물, 학문적 분류에 대한 용어가 쏟아져 나와 수차례 이 책을 덮고 싶었다. 내 수준에 맞지 않는다거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이 나를 짓누르면 때로는 그 책과의 만남을 무한 연기 상태로 돌려놓을 때가 있다. 책을 읽은 날짜와 끝낸 일자 적은 것을 확인해 보니 한 달이 넘었다. 음. 힘들게 끝낸 책이긴 해. 


  원서를 다 읽을 때까지 번역본은 보고 싶지 않아서 오디오북을 듣거나 원어민의 유튜브의 책 리뷰 영상 및 작가 소개 화면을 찾아보기도 했다. 다소 마른 듯한 여성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지루할 것 같은 과학 이야기를 다루는 기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책에서 다룬 것처럼 개인적 고통과 고뇌, 죄의식에 사로잡혀 힘든 과거가 있던 사람 같지 않았다. 룰루는 데이비드가 궁금했고 나는 룰루라는 사람이 궁금했다. 그녀가 계속 파고든 이유가 뭐였고 그 힘은 어디서 나왔는지. 



  이 책은 뭐랄까 한 마디로 정의할 수없이 여러 요소가 녹아 있는 책이다. 다 읽고 나서야 작가 룰루 밀러가 굉장한 이야기꾼이며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열정적인 투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조한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 같은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이미지에 냉혹한 현실과 과학의 역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개인의 회고록이면서 에세이를 담기도 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혹은 특별기획 기사 같기도 했다. 



  초반부터 끝까지 작가가 다루는 과학자의 이름을 기억해야 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든 David Starr Jordan.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총장이면서 위대한 분류학자였고 파란만장한 인생의 비극, 특히 자신의 연구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고 일을 수습해 나갔던 과학자. 여러모로 자신과 비교되고 그럴수록 자신이 초라하고 문제아 같다고 느껴 자괴감을 느낀다. 초기 그에게 감탄하고 흠모하며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이 이야기는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는 위인인가 악마인가? 독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그를 변명하기에는 드러난 진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사건과 음모와 미스터리, 반전의 역사가 나와 때로는 작가의 필체를 따라가면서도 '이게 뭐지? 무슨 의미이지? 이 용어가 당시 어떤 의미이길래 그토록 문제가 된 거지?'와 같은 의문이 들면 읽기를 멈추고 나도 모르게 사전이나 자료를 검색하며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기도 했다. 특히 이 책에 언급되는 과학적 용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데 가령 '우생학'이라든지 '분류학, 분류학자' 와 같은 것은 귀여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단순히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과 관련된 개념이 아니었다. 한 나라의 엄청난 비극을 이끌어낸 사이비 종교와 같은 사이비 과학 이론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인종차별과 인류 청소를 과감히 단행한 사람이 히틀러가 아니었다. 모든 인과 관계를 따지면 설명할 수는 없지만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우생학의 영향, 미국에서 자행된 '강제 불임 수술'의 피해와 정책,  비뚤어진 과학자의 이상 실현을 위해 벌어진 비극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깨달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도 이 이론과 무관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인간에게 자행한 비극은 유태인 학살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747부대의 만행이 바로 이런 극단적인 과학자의 맹신에서 비롯될 수 있으며 일제 침략기 한국에서도 퍼뜨린 비극원이 되었음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과학이라는 진보,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 노력과 집착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을 공격하는 도구 혹은 무기가 된 사실을 알게 되니 씁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암암리에 일어나는 현대의 비극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룰루가 소개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가 슬프고 먹먹해지는 마음을 달래줄 만큼 감동적으로 그려졌으니.



  이 책의 매력을 아직 십분의 일도 언급하지 못했다. 한때 추종하다시피 존경했던 한 과학자의 민낯이 밝혀질 때까지 작가는 또 얼마나 큰 고뇌를 겪었을까. 그 과정 중에 이 책의 제목이 주는 의문점, 도대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어류는 어쩌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 그 답을 함께 찾으며 생각하느라 읽는 내내 참 피곤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궁금증을 해결하며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이 책은 유난히 표시하고 기억하고픈 장면이 많았다. 소수의견일 테지만 이번에도 그중 무작위로 고른 쪽의 한 문구, 작가의 말을 빌려본다. 



p. 182



 She's been misdiagnosed by doctors, misunderstood by classmates, by neighbors, by our parents, by me. "Growing up", she told me, "is learning to stop believing peopls's words about you."


  It is different for everyone.



 큰 언니는 의사들이 내린 오판으로 반 친구들에게 오해를 받았으며, 이웃들, 부모님, 나까지도 언니를 오해했다. 언니는 말했다. 


  "성장한다는 것은 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는 거야."


 사람마다 다 다르다. 











수많은 개념과 용어에 충격을 받고 힘들어했지만 막상 읽고 나니 아메바와 같았던 단세포 뇌를 조금  더 생각하는 세포로 만든 기분이었다.


**


taxonomy 분류학

sterilization 강제 살균법(본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강제를 불임 조치를 하는 것) 

eugenics 우생학

cladist 분기 학자, Carol kaesuk Yook 캐럴 계숙 윤, 한국계 과학자와의 만남으로 작가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 그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갔을지 궁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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