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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과학자, 김상욱 교수님과 북토크

『떨림과 울림』

by 애니마리아



우리에겐 '알쓸신잡'의 지성인, 따뜻한 감성의 물리학자로 널리 알려진 김상욱 교수님의 강연이 2025년 10월의 북토크가 있었다. 사실 이날의 북토크는 자칫하면 취소될 수도 있었던 스케줄이었다. 북토크 예정일 며칠 전 문자가 왔다. 저자이자 강연자이신 김상욱 교수님이 수술을 마치고 원래 일정대로 북토크에 오실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아프셨었나?' 하는 마음이 들어 검색해 보니 약 일주일 전 '심근경색 직전 상황으로 가서 급히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북토크 당일 과연 교수님은 이른 시간이 도착하셨다. 평소보다 더 핼쑥하고 다소 힘이 없어 보였으나 '저 아직 살아있습니다'라는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하셨다.



작가님은 카이스트 대학학원에서 물리학 박사를 마치고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 서울대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경희대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주로 양자역학, 정보 물리를 연구하며 무려 70여 편의 SCI 논문을 게재했다. <알쓸신잡 시즌 3> 방송에 출연하고 『떨림과 울림』 외에 『김상욱의 양자 공부』, 『김상욱의 과학 공부』를 출간했으며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에 연재하기도 하였다.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특유의 다정한 화법과 비유, 센스 있는 입담으로 전달하며 '철학하는 과학자'라는 별명이 있다.



작가님은 두 시간 남짓 서서 내내 말씀을 하시다가도 중간에 약을 드시기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해 강연 전에 양해를 구하셨다. 힘에 부치는 듯 보이면서도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고 담담히 말을 이어가시는 모습 자체가 존경스러웠다. 아직 회복 중이기에 강연 후 바로 가셔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을 텐데도 끝까지 남아 저자 사인을 해 주셨다. 집에 와서 다시 보니 에너지를 뜻하는 E를 제외하고는 수식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H 다음에 나온 것이 숫자 4 혹은 문자 X 일 것이라 추측했지만, 한참 검색해 보니 H Ψ = E Ψ라는 기이한 방정식임을 알아냈다. 고대 상형문자 내지는 외계어처럼 보였지만 물리학과 관련하여 검색하니 심오한 뜻이 있었다. 이는 헤밀토니안(Hamiltonian 시스템의 전체 에너지 함수)으로 미시 세계, 즉 양자 역학에서 입자의 에너지를 결정하는 핵심 방정식이었다.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의 E=mc2을 남겼듯 이 방정식도 교수님의 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듯 비쳤다.



시간의 제약이 있기도 했고 책의 내용도 워낙 방대해 그대로 다루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다. 『떨림과 울림』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교수님의 연구분야를 소개하기 위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부터 시작하였다. 우리 은하에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 개 있다는 말부터 전체 우주의 별 개수가 자그마치 10의 23승(조> 경>해> 천해 중 천해에 해당) 개까지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단위가 오갔다.



이후 다룬 핵심 이론과 우주 정보 같은 지식만 해도 노트가 모자랄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다루셨다.




빛은 어둠의 부재다

뉴턴의 고전 역학(F=MA)

죽음에 관하여: 알베르트 카뮈와 물리학자의 관점

우주의 표준은 어둠이며 죽음이다

유클리드 기하학(피타고라스 정리 출처)

수학과 물리학

우주의 법칙

데카르트 기술 법과 뉴턴 이론의 관계

이원론, 달은 왜 땅에 떨어지지 않는가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

『사피엔스』의 인간과 가치, 상상에 대한 고찰

과학과 인문학의 차이와 의미, 공전에 대하여




단순히 양자역학에 속한 원자와 전자, 쿼크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 우주, 죽음과 삶과 더불어 현대인의 나아갈 길, 의식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고 이해한 시간이었다. 특히 지칠 수 있는 강연의 마지막 짧게 틀어주신 방송 영상의 한 토막이 유쾌한 웃음으로 마무리되어 좋았다.




게스트 1: 김상욱 교수님은 모든 것을 물리학과 입자 등으로 바라보니 주변인은 참 지루할 수도 있겠어요. 결혼은 어떻게 했나 몰라.

김상욱 교수님: 아, 이렇게 말하면 돼요. 너를 만나기 위해 내가 단세포 생물에서 진화해 왔어.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과연 과학자 다운 대답이었다. 유머와 과학과 센스가 담긴. 객관적 사실과 증거에 몰입한 과학자이지만 누구보다 인간의 의미와 상상, 가치, 통찰이 느껴지는 강연이자 북토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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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김상욱동아시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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