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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에서 시간, 인생, 예술을 보다

(CITY OF NIGHT BIRDS)

by 애니마리아


Inevitably, this will happen to me one day. We will all slow down:no bird dies in flight. And the best one can hope for is for your fellow dancers to save you from the worst ignominies.
언젠가 이런 일은 반드시 내게도 일어날 것이다. 모든 사람의 최고 속도는 언젠가 줄어든다. 비행 중에 죽어버리는 새는 없다. 우리가 바라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동료 댄서가 최악의 불명예로부터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다.

P.170/<CITY OF NIGHT BIRDS>




아직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십 대 시절부터 이십여 년간 정상을 지키고 프리마돈나로서 무대를 선 동료(올가)가 있다. 그녀를 보며 주인공 나탈리아가 한 생각이다. 올가는 나탈리아의 선배이자 볼쇼이 발레단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 올가 파트너, 드미트리의 아이디어로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나탈리아는 올가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보았던 것이다. 이미 최고의 전성기에 오른 나탈리아지만 그녀는 올가의 현재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린다. 때로 결심보다 더 중요한 건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멈춤 속에서, 위대한 정신이 살아나고 예술은 지속된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비춰주는 등불이 된다.



난 네가 두려워, 나타샤. 너는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재능이 뛰어나고 똑똑하며 아름답거든. 그래서 언젠가, 네가 함께 하기에는 내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무서운 거야. 그때 너는 내게 상처 줄 거고 나도 네게 상처를 주겠지.

p.173/ <CITY OF NIGHT>


어린 시절의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세뇨자와 있을 때도 나탈리아는 스스로를 단단한 요새, 그는 어두운 강물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지만 아름다운 시구 같던 그 말은 그들의 미래를 암시한 예언이 되고 말았다.



여기, 볼쇼이 발레단에서 승승장구하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나탈리아가 라이벌이자 일생일대의 파트너 샤샤와 있다. 두려움과 망설임이 반복되는 밀당 속에서 샤샤의 이 말은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이 두 사람의 사랑을 불안하게 비추는 복선이 된 건 아닐지.



예술은 현실의 사랑을 고차원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표현하지만 오히려 현실보다 잔인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누군가 말했다. 고통받았고 실패했고 이별을 겪었기에 멋진 작품을 쓸 수 있고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며 환상적인 춤을 구현될 수 있다고. 고통과 고난을 겪은 보통 사람의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빛은 어둠이 있어야 보인다고 했던가.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늘이 생긴다. 그늘 없는 빛, 그늘 없는 인생은 없겠지. 문제는 그늘은 한 가지 얼굴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시원한 휴식의 장소가 되기도 하지만 막상 내게 드리워진 그늘은 블랙홀 같은 어둠이 되어 숨이 막히도록 고통스럽기도 하다.



지구는 다시 태양을 마주하며 내게 빛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그늘을 드리운다. 문득 찾아온 충격이 고통이 되어 내게 어둠이 되었다. 이 먹먹한 삶의 터널을 다시 지나가야 한다. 현실에서도 복선은 일어난다. 앞으로 무엇을 다뤄야 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고통스러울 게 예상된다. 나는 날개에 통증을 느끼며 무거운 기분으로 비행해야 한다. 속도는 줄여도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멈추고 싶지 않지만 날개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부러진 것도 아닌데 아프다. 이별은 상처보다 쓰라리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보는 건 더욱 아프다. 내 아래로 드리워진 그늘이 쉼이 되지 못한 듯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오늘, 고통 속에서도 원자만큼 견디고 쿼크만큼이라도 성숙해지길 바라며.






inevitably 필연적으로, 불가피하게, 반드시, 아니나 다를까

A BRUSH WITH DEATH 죽을 고비

amplify 증폭시키다

amble 느긋하게 걷다

bangle 큰 팔찌

waft 퍼지다, 퍼지게 하다, 한 줄기 연기

ignominy 수치, 불명예

at the wheel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여, 지배권을 장악하고

loafer 간편화, rkwnrtls

submerge 잠수하다, 물속에 잠기게 하다

supine 반듯이 누운, 게으르다

foreshadow 암시하다, 전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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