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과연 정해진 시간 내에 읽을 수 있을까 우려했다. 지금도 가끔 그런 마음이 불쑥 나를 압박한다. 원래 자발적으로 시사, 경제 서적을 즐겨 찾지 않는 성향을 알기에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물으며 책을 편다. 『트렌드 코리아 2026:AI 대전환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는 그런 나의 과도한 걱정을 예상이라도 한 듯 평이하고 흥미로운 구성과 간결한 설명이 펼쳐진다. 덕분에 2025년 아직 끝나지 않은 해의 트렌드와 다가올 2026년에 대한 전망, 시선, 태도 빛 마음가짐을 준비할 수 있다.
특히 한 번쯤 들어본 용어부터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신조어, 현상들을 놓치지 않고 배울 수 있어서 의외로 재미있다. 관심사와 경험에 따라 인식 정도가 다 다를 테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눈길을 끌었던 기존 표현과 새로운 용어들, 이슈 위주로 정리해 보려 한다.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라고 한다. 뜻밖의 행운, 갑작스러운 행복, 강렬한 경험에서 오는 설렘보다는 큰 문제없이 무난하고 무탈한 인생, 시간에 대한 태도를 지향하는 현상이다. 우선 어감이 귀엽다. 정말 이 말이 화제였나 읽다 말고 검색한다. 정말 있다. 이를 설명하는 블로그와 기사까지. 무려 새해에 뉴스로 난 글까지 나온다. '이런, 연초에 화제가 된 말을 나는 연말이 돼서야 제대로 인식하다니'. 뭐, 어쩔 수 없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 따라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고 이어서 읽기 시작한다. 거의 매 쪽마다 새로운 용어가 나오다시피 하니 앞으로 헉헉거리며 따라갈 내 모습이 그려진다. 예습이 아닌 복습이 돼버린 트렌드 읽기는 새로운 도전이자 경험이다. 인터넷 검색하며 딴짓하기. '독서와 검색'은 어느새 나의 새로운 독서 패턴이 되었다.
방송인 홍진경이 말했듯, 행복이란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속에 걸리는 것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59쪽/ 『트렌드 코리아 2026』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걱정하는 나 자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흔히 '걱정 없는 집은 없고 수많은 걱정 중에 일어날 일은 별로 없다'지만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걱정이나 상처는 지울 수 없어서 힘이 든다. 감내하며 나아지길 바랄 수밖에. 기도하고 나를 추스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물론 독자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면 그저 고개를 끄덕일 테고 뭔가 큰 문제나 갈등이 있는 하루였다면 진한 공감과 함께 다소 우울하고 슬플 것이다. '잠을 편히 이룰 수 없는 걸 보니 나는 지금 힘들구나. 잊고 싶지만 아직도 내 생각에서 나가지 않는구나.'라며. 그러고 보니 신나는 일, 경사로운 일, 성과가 눈부신 일을 바라는 건 사치이자 욕심 같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정신없이 보내거나 무난하고 지루한 하루라고 해도 크게 아픈 데 없었다면 행복한 하루를 보낸 것이니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오늘은 평범한 하루가 될까(=행복한 하루)
트렌드 코리아 2026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권정윤, 한다혜, 이혜원, 이수진, 서유현, 이준영, 이향은, 김나은, 전다현 2025 미래의 창/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