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NIGHT BIRDS:깊은 독서)
오늘의 이야기: 지난 시간에 이어 나탸샤와 사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단순히 의견 불일치를 넘어서 위기의 절정에 이른 듯한 두 사람의 갈등은 희한하게도 약혼을 기점으로 악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 발언으로 결국 SNS가 난리 났고 사샤는 파리 발레단과 여론의 악화로 경력마저 위기에 처한다. 결국 4개월간 발레 공연 및 활동을 금지해야 하는 강력한 징계를 받았다. 그의 파트너인 나탸샤마저 사회의 해명 요구에 고통을 받는데, 하필 사샤는 연락조차 안 된다. 얼마 후 해외 공연에서 돌아온 나타샤와 새벽에 뜬금없이 들어온 사샤. 그들의 말다툼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과격한 싸움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이 되었다.
And I pushed him as hard as I pushed myself, even if I saw how ugly that made us. Just as we brought out the best in each other, we also brought out the worst-we had turned each other into monsters.
이내 나는 그를 힘껏 밀쳤다. 그게 우리 사이를 얼마나 끔찍하게 만들었는지 알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최상을 이끌어 낸 것 못지않게 최악을 끄집어냈고 결국, 서로를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p.243/『 CITY OF NIGHT BIRDS 』
이 장면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복선의 결과가 이토록 빨리 나타날 줄은 몰랐다. 딸의 약혼 소식에 축하는커녕 사샤는 두 사람을 매정하게 떠난 나탸샤의 아버지를 닮았다며 결혼을 반대했던 엄마, 가장 친한 친구에게 알렸으나 한참의 망설임 끝에 '축하해' 한 마디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던 어색한 기운. 표면적으로는 '무엇을 기대했나'의 실망스러운 버전이었지만 이는 현실로 다가온 가장 잔인한 예언과도 같았다.
잔인하고 상처투성이였던 두 사람의 싸움은 나탈리아에게 두 가지 변화를 일으킨다. 파혼과 자신의 선택을 감당해야 한다는 교훈.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나아가야 하는 고통의 순간. 자신을 최고로 만든 동력이자 경쟁자였고 우상이었으며 일생일대의 사랑이자 적인 사샤와의 이별을 결심한다.
삶은 모든 게 실수인 동시에, 어떤 인생도 실수는 아닌 게 되어버렸다.
p.243
사랑하면 행복과 불행이 함께 올 수밖에 없는가. 사랑하면서 증오할 수 있는가. 최고의 능력을 키워냄과 동시에 파괴할 수 있는가. 정녕 예술가의 운명인가. 이 장면을 읽으며 그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함부로 누군가의 인생을 성공, 실패라 부를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마음이 일었다. 그림, 음악, 행위예술이 우리가 알지 못한 처절함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뭔가를 받으면 다른 뭔가를 버려야 하는 제로섬 게임을 발견하곤 한다.
예술인은 사랑과 고통을 다시 예술로 승화하며 성장했을 것이고 평범한 우리는 각자 주어진 삶에서 애환을 통해 우리만의 문제와 아픔을 통해 성장한다. 누군가의 불행한 소식을 접할 때 함부로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실수는 아무리 조심해도 저지르게 된다. 아무리 실수가 많고 흠이 많아도 가치 없는 인생이라 치부할 수 없다. 인생의 교훈은, 성공은, 행복은 수많은 실수와 통찰, 반성에서 다시 태어났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