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레디 코어(Ready-core) 바라보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현상(레디 코어)이 개인의 성향을 초월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P도 계획하는 시대"라는 유행어가 있다. 원래라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MBTI 성격 유형의 인식형(P)조차도 이제는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215쪽/『트렌드 코리아』
나는 MBTI 중에 소수 중에 소수, INFJ에 속한다. 실천 여부를 떠나 걱정이 많고 계획을 수십 번 세우며 할 일을 미루기도 한다. 물론 다 딱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주로 계획을 세워야 안심하는 성격이다. 가족 가운데 나와 정 반대인 E와 P가 들어가는 구성원이 있어서 가끔 현저한 차이를 느끼는지라 앞의 인용구가 더욱 웃겼다.
'정말 P(무계획형)도 그렇다고?'
개인적인 의견이나 제발 나의 가족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금까지 새로운 트렌드에 놀라거나 두려운 경우는 많았어도 편승하고 싶은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웃으며 시작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MZ 세대에 대해 양가감정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쓰러우면서도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우선 레디코어의 정의를 살펴보자.
* 레디코어: 코로나19가 무너뜨린 일상의 혼돈 속에서 젊은이들이 '갓생'과 '루틴이'라는 트렌드에 열광했다면, 이제는 삶을 미리 계획하고 학습하며 살아가는 '레디코어'가 등장했다.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준비와 계획'이다.(212쪽)
그렇다고 루틴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거나 시들해진 것은 아니다. 작가는, 상대적으로 불안한 미래에 대해 준비하는 경향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도 젊은 세대들이. 자유로운 영혼에 속하는 P의 사람도 계획과 준비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동시에 본성을 이겨내며 가뜩이나 벅찬 인생을 더 경쟁적으로 힘겹게 사는 건 아닌지 싶어 안쓰럽다는 거다.
하지만 일이나 공부, 소위 생산적인 삶을 위한 준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다. 이 단원의 소제목을 보면 '노는 데도 계획이 필요해'(217쪽)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워터밤, 흠뻑쇼, 록 페스티벌 등에 참여하기 위해 예매 시작과 동시에 서버가 마비되도록 몰리는 현상도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 217쪽)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도 '임영웅 콘서트'나 '불꽃야구' 직관 경기 예매를 위해 어마어마한 준비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이미 레디코어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단순히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것을 넘어 선제적 학습에 열중한다거나 미리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운동하는 삶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것 또한 레디코어의 한 단면이다. 단락의 마무리에서 나왔듯이 기억해야 할 핵심은 '2026년을 맞이함에 있어 우리는 계획과 즉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마치 여행을 위한 꼼꼼한 계획표도 필요하지만, 여행 중 벌어지는 뜻밖의 사건 또한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