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두 번째 방문

by 애니마리아


부제: 꿈을 꾸고 바람과 함께 길을 나서다. 시작은 같으나 과정은 다르니...



지난주 중에 안드레아는 휴가를 냈고 나 또한 평상시 나의 모든 루틴과 스케줄을 멈추었다. 바로 아이의 또 다른 퇴소식과 면회의 기회를 허락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 내 아이가 군대에 가기 전에는 훈련소에서 훈련을 무사히 끝나면 바로 자대 배치 배정을 받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또 다른 길을 걷는 장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역시 예비 군인의 엄마가 되는 길도 직접 겪어 봐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처음 입대를 하고 약 4~5주간의 훈련을 마치면 자대로 가는 군인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런가 하면 훈련 도중에 특수병으로 판명이 나면 퇴소식 전에 후반기 교육으로 일정 기간 다른 곳으로 가서 일종의 2차 교육을 받는 군인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새로운 훈련병들과 함께 새로운 교육을 받으며 적응해 가야 하는 것이다. 아이는 자의 반 타의 반 운전면허증을 토대로 운전병을 지원했었는데 일반 차량은 아니지만 K 53이라는 특수차량 교육 부대로 가게 되어 초기 5주(설 연휴 때문에)를 끝내고 다시 타 지역으로 발령이 나 한 달을 보내고 난 다음 자대 배치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



나도 새 학기에 수업과 이런저런 일을 병행하고 둘째도 고3이 되었으며 안드레아도 회사 부서가 바뀌어 모든 가족 구성원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작은 일이나 변화에도 민감한 경우가 많은 나는 일의 경중을 떠나 조금 버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를 찾아가 면회하기로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자꾸 신경이 쓰이며 다른 일을 자연스럽게 미루고 기존의 일정을 최대한 바꾸게 되었다.



조금은 이상한 시작이었다. 논산 훈련소에 갈 때만큼 멀지는 않지만 아이가 미리 연락하기를 일찍 와 달라고 하는 바람에 이번에도 지난번과 비슷한 시각에 출발해야 했다. 6시 반에 나가야 하니 준비 시간 등을 생각해서 5시 반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다. 십중팔구는 알람이 울려도 한참 있다가 일어나거나 힘겹게 겨우 일어나게 되는데 이날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그냥 깨어버렸다.



새벽 4시 40분경. 나중에 길을 나서면서 안드레아에게 평소답지 않은 기상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 보러 가니까 자신도 모르게 설레서 그런 게 아니냐며 농담 섞인 반응을 보였다. 어느 정도는 그런 마음도 있었겠지만 다른 영향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내가 확신하는 이유는 그날 이상한 악몽을 꾸다가 숨이 넘어갈 정도로 공포스러운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기 때문이다. 아이 면회를 보러 가는 날 웬 악몽 이야기인가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얼마 전 다른 에피소드에서 악몽을 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다른 상황 다른 내용이지만 비교적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최근에 악몽을 두 번 연속으로 꾸다 보니 조금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저 개꿈으로 지나가길 바라며 서둘러 길을 나섰고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시간에 맞추어 아이가 있는 훈련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아이의 여자 친구가 온다고 해서 더욱 가는 길이 긴장이 되었다. 한 달 사이 아이는 다행히 잘 적응해서 맡은 훈련을 잘 마치고 난 다음이었고 방문 전날 자체 퇴소식을 했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 후 아이의 여자 친구가 와서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근처 시내에 내려주고는 귀가 시간 3시에 픽업 약속을 하고 자리를 피해 주었다. 봄이 오고 있었지만 바람이 불어 은근히 쌀쌀한 날씨라 밖을 거닐기는 부담스러웠다.



약 5시간의 여유가 주어졌지만 아이에게는 너무나 짧고 아쉬운 시간일 테니 조금이라도 자유를 누릴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그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아니면 여자 친구 때문인지 아이는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엄마, 아빠 잘 데이트하라고 축복해 주었고 우리는 쿨한 척하면서 다른 곳으로 시간을 때우러 갔다. 안드레아는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고 나는 평소에 보고 싶었던 '듄 2'를 보고 싶다고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안드레아는 잘 잤고 나는 영화를 즐겼다. 점심을 먹으니 얼추 시간이 되어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가 천천히 오라고 해서(그 마음 이해는 간다^^) 조금 빠듯하게 갔는데 아이가 약속 장소에 아직 오지 않았다. 아이가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나와 안드레아는 근처 부대 쇼핑몰 지하에서 가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곳에 오면 사야 하는 인기 물품이라고 해서 '달팽이 크림'을 골랐더니 아이가 와서 자기가 받은 월급으로 사준다고 하는 게 아닌가. 엄마의 마음은 그런가 보다. 금액을 떠나서 아이가 내게 뭔가 선물을 주고 마음을 표현해 주면 그저 행복한 그런 단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나는 고마운 마음과 기특한 마음에 하나 더 골라서 아이의 여자 친구에게도 선물하길 권했다.



악몽으로 시작한 하루였으나 큰 사고 없이 아이와 해후하고 아이가 친구와 함께 잠깐 동안이나마 즐거운 휴식, 자유를 누리길 바랐던 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13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지만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이제는 진짜로 며칠 안에 자대로 가게 되어 동기가 아닌 하늘 같은 선배님들과 지내게 되었다며 긴장감을 토로하는 아이의 말이 짠하다. 안드레아는 전에 했던 말을 아이에게 다시 하며 위로했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 군 생활, 즐기려고 해 보렴.'



상투적인 말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지혜다. 즐기고 안 즐기고는 본인 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며 마음가짐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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