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에게 2

가방이 무거웠지만 좋았어

by 애니마리아




올해 초겨울 첫째가 집에 왔을 때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갔던 날을 떠올려 본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거의 반강제로 데리고 다니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아이가 먼저 도서관 나들이를 권해서 가는 나이가 되었다. 도서관에 함께 가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아이와의 데이트는 여전히 신기하고 설렌다.



남편은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가끔 놀린다. 그게 자녀의 사랑을 받는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그냥 함께 하면 좋은 것. 언젠가 100세가 넘으신 철학자가 말씀하셨다. 자신도 벌이를 할 수 있지만 막상 자식이 용돈을 주면 좋더라고. 나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극 I인(MBTI) 나는 혼자서도 먹고 혼자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밥 같이 먹을까, 엄마?', '내일 도서관 같이 갈까, 엄마?'라고 말하니 없던 의욕이 생기는 신기한 체험!



아이의 사진을 올릴 때는 늘 조심스럽다. 감사하게도 첫째는 늘 자신의 초상권은 써도 된다며 흔쾌히 글감이 되어 준다. 아이가 군인이었을 때 휴가 때조차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친구 만나기도 바쁜 시기. 그래도 꼭 집에 들러 얼굴을 보여주고 길을 나서는 아이가 기특하기만 했다. 매번 함께 셀카를 찍자고 할 때도 좋았다. 어렸을 때는 찍기 싫어하는 걸 간식이라도 걸고 하는 억지를 부렸었는데. 모든 남자가 군대를 가고 제대를 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격하게 제한된 자유와 상명하복의 환경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는 그 시간은 특별한 터널이 됨은 분명하다. 본인에게, 가족에게 직간접적으로 또 하나의 성장을 선사한다.



터널을 들어갈 때 두렵기도 하고 뭔가 신비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하며 때로는 '사고가 나면 어쩌지' 하며 쓸데없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네온사인 같은 조명과 경고음이 아닌 저 멀리 진짜 태고의 빛이 느껴지면 다시 세상으로 태어나는 기분이다. 안도와 함께 다시 주어진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생명이 느껴지기도 한다. 군대도 처음에는, 아니 상당히 오래 달려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막막한 곳이었을 텐데. 그 긴 터널을 무사히 나온 것을 함께 축하하며 터널 밖에서 아이를 반겼던 순간이 벌써 까마득하다.



아이와 도서관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음료를 사고 마주 보는 자리를 찾아 각자의 노트북을 켰다. 여자끼리 갔을 때의 수다스러움은 없지만 맞은편에 아이와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시대마다 부모를 생각하는 자녀의 사랑 표현은 다르다. 누군가는 집을 수리하고 일을 봐주기도 하며 용돈을 주기도 한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장소에서 함께 하는 시간, 그것이 아이가 내게 준 선물이자 용돈이고 재롱이었다. 그만의 효도였다.



고마워 아들, 또 하나의 배려와 사랑으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줘서. 이제 너의 복학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남은 기간도 행복하게 잘 준비해서 멋진 대학 생활을 보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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