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ghters of the Dragon
"나의 조상이자 증조모 그들의 딸들에게 그 빗을 물려주었다. 그들의 영혼은 빗에 깃들어 나에게까지 전달되었다. 이제 내게는 대대로 내려온 모든 얼에 대한 책임이 주어졌다. 나는 화로 앞에 앉아 머리를 풀고는 머리가 두 개인 용 장식이 박힌 빗을 들어 머리를 빗기 시작했다.
I thought of my great-great grandmother and my ancestors who had passed the comb to their daughters. Their spirits had brought it to me and I was now responsible to all those who had carried it before me.
I sat in front of the fire and let down my hair. And I combed it with the comb with the two-headed dragon."/p. 132『 Daughters of the Dragon 』
주인공 자희에게 맡겨진 두 개의 용머리 빗은 소설을 관통하는 중심축으로 보일 만큼 자주 등장한다. 전설과도 같은 용 빗이 출처와 모험 같은 이야기부터 오늘날 한국에 이르기까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헷갈릴 정도로 혹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유난히 국난이 많았던 조선시대 수도를 떠나 딸을 멀리 시집보내며 함께 가게 된 이 빗은 왕족 혹은 왕족과 관련 있는 조선의 귀족, 고위직 양반의 유물로 비친다.
소설에 따르면 이 용빗은 딸에게 비밀스럽게 전달되었다. 만약 아들만 낳았다면 그 아들이 딸을 낳게 되면 바로 손녀에게 전달되고 그렇지 않으면 대게 딸, 외손녀, 이런 식으로 전해졌다. 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비하고 강한 힘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왕권의 권위를 대변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작품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빗을 소유한 여인은 빗의 보호를 받게 된다. 용 빗이 일종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는 설정이다. 이런 빗이 있는지, 혹은 그런 사례나 의미가 전통적으로 맞는 기록에 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의 조선 침탈, 강제합병과 지배, 노동과 성 착취 범죄, 6.25 전쟁, 북한의 남침, 전후 기지촌 등 굴곡과 아픔의 역사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빗과 자희의 고통이 묘하게 교차한다. 그렇다면 이 빗은 정말 자희를 보호해 주었을까?
사건, 충격, 무거운 마음으로 자희의 발자취를 따라가다가도, 제발 유치한 마법이라도 좋으니 빗이 자희를 멀리 피신시키는 판타지가 일어나길 얼마나 바랐던가.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군 대령의 발 앞에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을 때도,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 진모가 북한군에게 끌려갈 때도, 아픈 아이가 굶어 죽다시피 해서 기지촌에서 일자리를 구할 때도 자희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수많은 소녀와 친언니가 학대받고 자살, 타살, 고문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목숨을 위협하며 북한 정권에 협조한다는 문서에 강제로 서명해야 했으며 남쪽으로 피난을 와서도 편견과 무시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역사의 희생양이 된 자희를, 수많은 한국의 여인들을 보듬어주고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당시에는. 자희의 모습에서 한국에서 일어난 비극의 역사가 느껴졌다. 냉전시대의 소련과 미국의 힘겨루기 사이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조국의 운명이 한탄스러웠다. 학교에서도 상당 부분 배우고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분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역사는 아무리 반복해 접해도 무뎌지지 않는다. 오히려 듣고 읽고 볼수록 더욱 선명해질 뿐이다.
기억해야 할 역사가 많다. 한을 품고 돌아가신 순수한 영혼부터 위태롭게 살아계신 역사의 희생자들을 생각해 본다. 빗이 소설 속 주인공 자희를 완전히 구할 수는 없었지만 자희는 빗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과 죽음을 겪으면서도, 빗을 저주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생각했다. 살아남지 못하거나 극한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사람들의 몫까지 삼키며 살아남았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유가 없다고, 힘이 없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다시 자희가 대변한 역사의 증인들을 떠올려본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없다면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있다. 그분들에 대한 무관심, 혹은 강하지 못했다고 비난 아닌 비아냥. 이제는 그만 잊으라고, 듣기 지겹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이기심이다. 스스로 질문을 해 보면 알 것이다. 그 시대, 그 입장이었다면 과연 나는 그분들보다 더 고귀한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오늘날 '용머리 빗'은 실체가 꼭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전설에 불과하거나 작가의 상상에서 나온 문학 장치일 수도 있다. 아예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역사 속에서 견디고 살아남은 분들에 대한 존중과 존경, 인정, 작은 도움의 손길, 그 마음을 모을 수만 있다면. 기억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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