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단어, 가족

by 애니마리아


불안, 불신, 불만에서 벗어나기 힘든 세상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건 정도의 차이일 뿐 이 세 가지가 없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우리는 늘 영원을 꿈꾸고 희망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늘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며. 나도 그렇다. 문득 불안을 느낄 때면 불안을 어서 지우고 싶어 스스로 희망 고문을 시작한다. 뭔가에 몰입하고 나를 몰아세운다. 그렇게라도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보게 된 피드이다. 어느 외국인이 올린 영상처럼 보였다. 제목이 '가족만이 끝이 없다'라는 의미의 문장이 영어로 쓰여 있었다. 이어서 콘텐츠의 단어 몇 가지가 나열되어 있었는데 '정말 그렇네'하고 무릎을 치며 웃었던 게 기억난다.







FRIEND

BEST FRIEND

BOYFRIEND

GIRL FIREND

FAMILY---> no end

친구

가장 친한 친구

남자 친구

여자 친구

가족---> 끝이 없는 단어


ONLY FAMILY HAS NO END./인스타그램 NHUAN DAO에서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올린 영어 어휘로 한국어 번역은 애당초 없었다. 한국어 뜻을 위처럼 적어보긴 했지만 막상 번역된 한국어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국어 단어에는 '끝'이란 뜻의 작은 단어가 숨겨져 있지 않다. 그러니 의도된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반면, 영어 철자상 '가족(family)'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end(끝)'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친구라는 뜻의 friend에 end가 어떤 합성어로 사용되든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장난일 수도 있고 영어 철자를 이용한 단어 게임일 수도 있다. 재치는 물론 의외의 심리 치유, 철학적 사유가 느껴지는 단어의 나열처럼 보였다.



웃고 나서 생각해 본다. 가족은 정말 끝이 없을까. 철자에 꼭 끝(end)이 들어가지 않다고 해도, 언어와 국적에 상관없이 가족의 의미는 특별하다. 하지만 가족이라고 늘 다 맞고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때로는 부담스럽고 멀리하고 싶을 때도 있다. 보면 기쁘고 반가우면서도 서로 다른 사고의 차이로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원망스럽고 불만과 불신에 괴로우면서도 사무치게 그리울 때도 있다. 물리적으로 멀리할 때도 있지만, 마음으로는 늘 끝도 없이 나와 연결된 느낌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며 질긴 인연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다. 늘 아름답지는 않지만 완전히 자를 수 없는 관계, 그것이 가족이 아닐까. 서로 맞지는 않지만 혈연으로 맺어 있어 끝이 없고, 혈연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끼친 영향과 역사가 깊어 끝으로 보였던 매듭이 사라지기도 한다.



가족도 결국 관계다. 관계에서 중요한 마음과 실천이 여기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불안, 불만, 불신을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이 필요한 가족. 부족해도 인정해 주고, 달라도 존중하며 믿을 수 없어도 믿어주는 사랑이 필요한 관계. 좋은 관계를 위해 서로가 자신의 사랑과 양보를 내놓고 조건 없이 희생할 수 있다면, 가족은 진정 끝이 없는 대상이 될 것이다. 굳이 철자에서 end가 있나 없나 찾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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