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필사와 단상
"Hello, Pooh Bear. I can't get this boot on."
"That's bad, " said Pooh.
"Do you think you could very kindly lean against me, 'cos I keep pulling so hard that I fall over backwards."
Pooh sat down, dug his feet into the ground, and pushed hard against Christopher Robin's back, and Christopher Robin pushed hard against his, and pulled and pulled at his boot until he had got it on.
"곰돌이 푸, 안녕. 이 신발이 안 신겨져."
"어쩌면, 좋을까."
푸가 말했다.
"내 등 뒤에서 잠깐 대고 있어 줄래? 세게 당기면 뒤로 넘어져서 말이야.
푸는 앉아서 발로 땅을 조금 판 다음 크리스토퍼 로빈의 등을 대어 단단히 받쳐 주었다. 크리스토퍼 로빈도 반대쪽을 향해 밀면서 신발을 당기고 또 당기다가 마침내 끝까지 신을 수 있었다.
『곰돌이 푸』(Winnie-the -Pooh) p.112
평소 곰돌이 푸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도움을 받고 종종 바보 같다는 말을 듣지만 그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이 구절을 읽으며 소중한 사람에 대한 태도를 배웠다. 그 대상이 친구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마찬가지다. 이웃일 수도 있고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나의 등을 맡기고 대어준다는 것은 우정이다. 부탁할 수 있고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면 서로 좋은 친구일 테다.
누군가에게 나의 등을 대고 지지해 주는 행위는 사랑이다. 각자에게 오는 파도는 다를 때가 있다. 내가 평온하여도, 혹은 함께 폭풍우를 겪는 순간일지라도 서로의 등을 대고 온기를 나눈다는 건 희생과 봉사를 넘어 사랑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등을 맡긴다는 것은 믿음이다. 내 뒷모습을 보여주는 행위는 마치 무방비 상태의 존재처럼 상대에게 내 연약함을 공개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몇 년 전 딸을 결혼시키고 사위를 본 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를 낳고 앉아 있기 불편해하는 딸을 위해 사위는 종종 말없이 등을 대준다고 했다. 벽이나 의자와 같은 받침대가 없는 상황에서 아기를 돌볼 때 몸에 실리는 하중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말만 들어도 애틋한 부부애, 가장의 배려가 느껴져서 흐뭇했던 일이 떠오른다.
살다 보면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혼자 힘으로 아무리 버둥거려도 벅차게 다가오는 고비가 있다. 요즘은 도움을 청하지 않는데 섣불리 다가가는 것도 망설여진다.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도 도움을 부담으로 여길 수도 있고 혹은 상대가 먼저 도움을 청하기를 바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때도 있다. 배려하고 싶지만 거절당했을 때 괜히 머쓱한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 그냥 지나칠 때도 있다.
나는 그 거절을 감수하고도 우선 친절을 제안하는 사람인가 생각해 본다. 스스럼없이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한 번은 안드레아는 가끔 지나가는 사람이 무거운 짐을 들고 가면 '도와드릴까요?'물은 적이 있다. 상대는 힘겨워 보이면서도 괜찮다면 정중히 거절했다. 나는 옆에서 보기만 해도 조금 쑥스러웠는데 안드레아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반면 크리스토퍼는 혼자 해 보다가 잘 안되니 푸에게 도움을 청했다. 너의 등을 대어 줄 수 있냐고, 좀 도와 달라고. 그러고 보면 도움을 청하는 것도 용기이고 도움을 제안하는 것도 용기이다. 도움을 잘 거절하는 것도 배려이고 도움에 대한 거절을 존중하는 것도 친절인 듯하다. 크리스토퍼, 푸, 안드레아가 삼각형을 그리며 내 머릿속에 맴돈다. 나도 그들처럼 순수하면서도 친절한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