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YELLOWFACE
AUTHOR:REBECCA KUANG
*FEATURES:NEW YOURK TIJES BESTSELLING AUTHOR, REESE'S BOOK CLUB
타임 TIME: "면도날처럼 날카롭다"
PUBLISHER:WILLIAM MORROW
PUBLISHED in 2023
* YELLOWFACE는 이 책의 제목이자 강렬한 표지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작가의 이름에서 풍기듯 중국계 미국인 작가니 기존의 아시아인 작가 출신의 작품(우리나라의 '파친코' 같은)과 결이 비슷한 내용일 것이라 추측했다. 읽고 나니 전혀 다른, 의외의 작품이었지만.
YELLOWFACE를 검색하면 '황인 화장'이라는 뜻이 나온다.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아마 은어처럼 사용된 언어가 신조어 사전에 등재되어 통용된 것으로 보인다. 위키사전의 설명을 보면 어떤 맥락에서 기원이 되었나 좀 더 알 수가 있다.
'백인 배우가 동아시아인을 표시하기 위해 아시아 풍으로 분장한 드라마적 메이크업 스타일'이라고 나온다.
A style of theatrical make up which a white actor yellows their face in order to portray an East Asian.
이 뜻을 보면 약간의 편견과 무시(과거)가 닮긴 뜻으로 실제로도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소설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명확히 드러나는 개념이 아니다. 읽기 전이나 초반 부분에서는 아시아인이 나오니 아시아인에 대한 환상 혹은 비하의 개념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역사 소설이나 자의식을 다룬, 혹은 서양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아시아인에 대한 오해에 분노하고 투쟁하는 소설이 아니었다. 그 반대라고 하기에도 좀 아이러니하다. 아시아인이 쓴 서양인을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로 오히려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아시아인에게 오해와 모욕을 당하고 그에 대응하는 한 개인의 모습과 더불어 출판계를 바탕으로 시장주의, 물질 만능주의, 외모, 재능, SNS 마케팅 등 다루는 주제가 방대하면서도 사실적이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그 해결책을 쉽게 찾지 못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통쾌한 기분이 들게도 하는 퍼즐 같은 작품이었다.
작품: 매우 강렬한 첫 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테나 리우 Athena Liu는 중국계 젊은 작가이고 백인 여성 작가 주니퍼 헤이워드 Juniper Hayward는 예일 대학을 함께 다니고 졸업한 문학도이자 역시 젊은 작가이다. 이 두 사람은 친구지만 작가로서 둘의 운명과 생활은 전혀 다르게 펼쳐진다. 첫 장부터 주니퍼의 충격적인 보도는 시선을 사로잡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아테나 리우가 죽는 모습을 목격한 날, 우리는 아테가 작품이 넷플릭스와 계약한 일을 축하하고 있었다'/page 1
그리고 돌연 아테나에 대해 설명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아테나가 대단한 실력을 쌓고 유명한 작가라는 사실보다 주니퍼가 품고 있는 부러움과 자괴감이 더 눈에 띈다. 아테나를 질투해서 주니퍼가 그녀를 죽인 것도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아테나는 팬케이크를 먹다가 목에 걸려 119가 오기도 전에 숨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일이 왜, 어떻게 방대한 양의 이 소설을 이끄는 힘이 되었을까? 그다음 쪽을 넘기지 않을 수 없는 긴박감과 사건, 마음 졸이는 전개가 탁월한 작가의 필력을 반영했다. 잔인한 장면이나 풋풋한 로맨스 없이 독백과 방백에 가까운 상황과 설명으로도 이렇게 흥미롭게 미스터리가 진행될 수 있는지 놀라웠다.
내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애매하게 마무리되는 '열린 결말'에서도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주인공의 심리, 결심, 앞으로의 행동이 걱정되면서도 그 영리한 처리에 독자로서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참고로 중간에 BTS니 한국계 편집자 Candice Lee 등의 소재가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나와 같은 한국 독자의 관심을 부르는 내용이 심심찮게 나온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시사와 재미, 우리의 현실을 다룬 현대적인 미스터리를 즐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사전 정보를 너무 알지 않고 읽기를. 그게 더 재미있으니까. 읽다 보면, 혹은 읽고 나서 분명히 궁금한 부분이 생길 것이고 더 알고 싶을 부분이 느껴질 테니 그때 조사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그냥 스쳐 지나갔던 단서를 알게 되기도 하고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과연 이게 사실이 아닐까?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게 아닐까? 어쩜 이 분야의 심리와 현상을 이토록 잘 아는 것일까? 출판계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 부분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다뤄도 괜찮을까? 아, 모든 게 비즈니스구나.' 등등의 감정을 롤러코스터 타는 듯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다.
*레베카 쿠앙을 검색해 보았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소설가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번역서가 많이 나와 있지 않았다. 판타지 소설 <양귀비 전쟁> 정도가 검색되었으니까. 1996년생으로 올해 27세밖에 되지 않았다. 이 작가의 또 다른 히트작 <BABEL>2023년 작이 있었는데 언제 원고를 다 썼는지 모르겠으나 출판 연도가 23년 동일해서 놀랐다. 작품성을 떠나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이 일 년에 한 권 내기도 쉽지 않을 텐데 두 권 이상이라니(내가 알지 못하는 작품이 있을까 봐^^) 말이다. 이전 작품이 나열된 것을 보니 2018년도 것부터 검색이 되었는데 그러면 얼추 따져봐도 20대 초반부터 프로 작가였다는 것을 반증한다. 재능과 노력이 겸비한 또 한 명의 작가를 알게 된 것 같아 감탄과 함께 부러움도 느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작가에 대해 알고 나니, 더욱 이 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아테나'가 레베카 작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바로 죽은 캐릭터로 나오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존재감을 드러내는 강렬한 캐릭터의 힘과 함께 실제로도 작가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북토크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알고 싶다.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다.
또 다른 소셜네트워크에서 자주 보였던 또 다른 작품 BABEL까지도 읽고 싶다. 워낙 벽돌 책이고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라 그저 마음속에 저장만 해 놓았는데 학과 공부 틈틈이 읽고 싶어졌다. 어느 한 작품에 몰입하면 동일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읽게 된다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다가도 어느새 내가 그런 행위를 할 기미를 보이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 아직 진정한 독서 덕후가 되려면 멀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