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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Apr 08. 2024

서평:COLD ENOUGH FOR SNOW


TITLE: COLD ENOUGH FOR SNOW (역서: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PUBLISHER: NEW DIRECTIONS PUBLISHING CORPORATION


PUBLISHED in 2022


AUTHOR: 제시카 아우 JESSICA AU


작가의 조부모와 부모님은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호주에 이주했다. 호주에서 태어나 자란 편집자이자 서적상으로 2011년 첫 소설 <화물 CARGO>로 캐슬린 미첼 상 젊은 작가 부문에서 추천을 받았고 십여 년 후 두 번째 소설 <COLD ENOUGH FOR SNOW>를 출간했다.



이 책은 100쪽 내외의 단편소설에 속하지만 결코 빨리 읽을 수 없었다. 우선 영미 소설로 분류되어 있으나 '여행 에세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사실적이고 작가 특유의 필체가 묻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읽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서지만 이런 유의 책을 좋아하고 이 책의 영어 수준이 본인에게 그리 어렵지 않다면.



두 번째 이유로 이 책은 온라인 번역 스터디에서 사용된 교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번역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어 작년 연말에 시작했다. 훌륭한 선생님이시자 번역가 선생님과 카페에서 과제도 하고 첨삭도 하며 실력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원서가 그렇듯이 그저 취향대로 재미를 위해서 읽기만 한다면 한 번 읽고 지나갈 수도 있는 책으로 여길 수도 있다.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나는 책은 아니지만 책이라는 도구를 써서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가상현실도 드라마틱한 판타지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 가운데 친구나 이웃의 여행기를 함께 경험해 보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첫 장을 펼치면 도쿄의 어느 호텔에서 비가 내리는 날 한 여성의 독백과 같은 묘사와 서사를 마주하게 된다. 어머니와 여행을 하고 있는지 전철역 등 여정과 주변 상황을 설명하면서 모녀의 평범한 여행 모습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여행기는 아니다. 어디를 가든, 어떤 음식을 먹고 누구를 만나며 무엇을 보든 과거의 장면과 생각과 연결되어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듣게 된다. 



내 생각대로 번역을 연습해 보면서 기존의 번역서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 도저히 이 어휘를 왜 썼을까 생각하는 시간의 반복이 몇 개월 동안 이어졌다. 때로는 만연체의 독백과 표현 속에서 문장 구조를 파악하기도 하고 이해가 잘 안 가서 머리를 쥐어뜯다가 온라인 회화 수업에서 만나는 원어민 선생님께 여쭈어보기도 했다. 때로는 그분들도 사용하지 않는 어휘라면서 난감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며 해를 넘겨 어설픈 완독을 하긴 했다. '잘했어'가 아닌 '수고했어'를 말해주고픈 심정이었다. 마치 마라톤 대회에 큰마음을 먹고 참가했으나 이리저리 다치고 수없이 쉬면서도 완주하고 난 후의 심정이랄까. 



 두 모녀의 애증 섞인 모습, 대화 속에서 드러난 이들의 문제, 수많은 에피소드에서 드러난 언니와의 관계, 다른 성격, 엄마의 고국, 심정이 격하지 않게 소소히 드러나면서 나의 어린 시절, 엄마와의 관계가 겹쳐졌다. 때로는 피식 웃기도 하고 주인공의 고독과 심정이 이해 가면서도 신기하기도 한 촉촉하고 잔잔한 수필집을 읽은 듯했다. 



단어, 문장, 문단을 나무, 풀 한 포기처럼 분석하고 읽느라 온전히 즐기지 못한 기분도 들었다. 최대한 이 작품에, 작가가 동행하며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어서 오디오 북으로 한 번, 종이책으로 한 번 더 읽어보기도 했으나 여전히 아쉽고 부족하게 느껴진다. 어려운 부분이 많았으나 그래도 잠시 접했던 버지니아 울프나 에밀리 디킨슨 작품에서 느끼는 고통보다는 덜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위로하면서 읽은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여행 내내 멀게만 느껴졌던 두 모녀의 모습이, 미소가 문득 떠오른다.



드라마틱한 장면이나 사건 전개가 별로 없는 분야였지만 화자 어머니의 오빠에게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진실은 알 수 없다^^) 첫사랑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소설인 듯, 진실인 듯 헷갈리게 설정한 부분도 좋았다. 비극으로 끝나서 너무 슬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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