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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Jul 24. 2024

오늘의 차 3:히비스커스(hibiscus)


'과일 차도 아닌데 붉은 색감이 나는 차가 있다고? 그런데 이름이 왜 이리 낯설고 어렵지? ' 이름만 들어도 한 번에 자연스러운 발음이 안 되는 차였다. 카페인이 없는 차이자 차 마시기 프로젝트의 세 번째를 담당하는 오늘의 차는 바로 '히비스커스' 차다. 



  히비스커스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마시기 전, 마실 때, 마시고 나서의 느낌과 기대가 강렬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눈이 즐거워지는 꽃 차라고나 할까. 원래 이집트가 원산이라고 하며 무궁화 속이라 그런지 크고 정열적인 붉은색이 인상적인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검색 사이트에서 본 히비스커스의 색은 한결같이 붉고 예뻐서 우러난 차색을 볼 때마다 열대 지방에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큼직한 꽃을 한쪽 귀에 꽂고 있는 듯한 장면이 연상되곤 한다. 원산지가 이집트니 그 옛날 클레오파트라도 한 번쯤 마셔보지 않았을까? 마시기 전에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본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오미자차나 석류차에서도 비슷한 색감을 느낄 수 있지만 히비스커스는 유난히 색이 진하고 맛도 강렬한 편이라 또 다른 차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꽤 놀랐다. 다양하게 차를 마시고 싶어서 개수도 확인하지 않고 구입을 했다. 루이보스나 캐머마일에 비해서 같은 가격 대비 최소 2배에서 3배의 양이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아, 언제 다 마시지?"



차와 아직 완전히 친해지지 않아서 체험 수준에 불과한데 생각보다 많은 양에 혹여라도 유통기한을 넘겨 버리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부터 되었다. 



차를 음미하는 시간


  처음 히비스커스에 물을 부었을 때 두 번째로 놀랐다. 양도 양이지만 물을 붓자마자 붉은 기운이 마치 영화처럼 빠른 속도로 우러나오는 것을 보고 당황스럽기까지 했으니까. 빨리 우러나니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좋긴 했지만 맛이 너무 강하지 않을까 궁금하기만 했다. 



   붉은 포장, 붉은 티백, 붉은색의 차의 따뜻한 수증기가 어서 진정되길 바라면서도 너무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설탕이나 우유 거품, 계피 등 각종 향신료가 들어간 커피나 음료수에 길들여진 나의 입맛을 대변할 차는 없을 거라면서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잠시 후 '너무 뜨겁지는 않겠지?' 하며 한 모금 마셔본다. 헉, 신맛이 혀를 당긴다. 하지만 레몬즙이나 덜 익어서 신 과일을 마셨을 때와는 좀 다른 느낌 같았다. 신맛이지만 그리 텁텁하지 않고 거부감도 크지 않았다. 조금만 더 마셔보자, 한 모금 더, 서운하니 한 모금 더 조금만 더 마셔보고 친해지자. 나도 모르게 주문을 외우며 꽃잎을 방금 따서 마신다는 기분으로 음미하려고 했다. 



 반쯤 마시고 나서 버리려다 말고 아주 차게 해서 마시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색이 예쁘니 얼음을 넣고 투명한 컵에 옮겨 마시면 과일차 마시듯 상큼하게 마실 수 있을 테니까. 가끔 카페에서 과일 차, 아니 과일 음료를 마실 때가 있는데 맛있지만 설탕이나 과당이 엄청나게 들어갔다는 생각에 마시면서도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순간의 미각적 즐거움을 위해서 혈당만 높이는 단물을 마셨다는 죄책감이라고나 할까. 



  나처럼 혹은 나보다 신맛에 거부감이 큰 사람은 꿀을 작은 한 스푼 정도 넣고 마시길 권한다.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신맛이 꽤 반감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마시며 억지로 차와 친해지기보다 이런 과도기적인 과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꿀이 없다면 설탕도 조금 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취향대로 조금 당을 넣는다면 일방적으로 당을 투여한 칼로리 폭탄 음료를 내 몸에 주는 것보다는 훨씬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것만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차마다 특징이 있고 향을 즐기는 차, 맛이 더 좋은 차, 시각적으로 즐거운 차, 조금 변형해서 깔끔하고 시원하게 마시는 차 등 다양한 차와의 만남이 또 다른 도전이 되어 나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새로운 도전,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내 고집에, 내 취향에 하나만 알고 있었던 삶의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다면 내가 마시는 것을 바꿔보는 것도 꽤 괜찮은 시도 같다. 벌써 캐머마일, 루이보스, 히비스커스 세 가지 차를 나에게 선사했다. 새로운 친구들을 번갈아가며 만나는 기쁨으로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길 바라며 오늘의 차, 히비스커스 소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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