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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Jul 31. 2024

선과 악, 그리고 인류애

하이제킹 hijacking을 보고


<하이제킹> Hijack 1971은 6월 말에 개봉한 어느 날 안드레아와 함께 본 영화다. 


* 주요 인물


태인(하정우)- 여객기 부조종사


규식(성동일)- 여객기 조종사


용대(여진구)- 항공기 납치범, 폭파범


옥순(채수빈)- 승무원



*  한국어 제목이 영문 제목과 달리 연도가 빠져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다시 정보를 검색하고 나서야 한 사실이다. 제목에 연도가 없으니 실화를 바탕한 영화인지 모르기도 하고 호기심이 덜 일어난다며 조금 아쉬워하는 평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보면 그것도 제작진이 의도적 전략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연도가 있으면 당연히 역사물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연도가 빠지니 100퍼센트 허구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영화를 실제 관람하기 전은 물론, 관람 중반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실제 사건을 거의 재현한 영화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충격이었고 본 후에도 여운이 꽤 남았은 것 같다.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추가되거나 각색되었는지 찾아보느라 한참 시간을 들였던 기억이 있다.



물론 초반에 주인공과 지인인 조종사의 이야기와 대한항공이 납치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한다. 그 장면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는 그냥 허구이거나 많이 각색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고 중간에 돌아오지 못한 승객이 11명이나 북한 억류 조치가 된 상황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아는 항공기 납치 사건은 서울 올림픽이 가까웠던 1987년 KAL기 사건만 알고 있었으니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조사해 보니 북한 관련한 한국의 항공기 납치 사건은 1958년과 1969년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발생했었다. 이 영화에서는 69년의 사건부터 다룬다. 



* 시놉시스: (스포 있어요) 전투기를 몰던 공군 태인(하정우)은 다소 억울한 사건으로 여객기에서 조종사로 일하게 된다. 강원도 속초에서 승무원 포함 승객 60여 명을 태우고 비행기가 이륙한다. 얼마 후 허름한 옷차림의 20대 청년 용대는 사제 폭탄을 터뜨려 비행기 바닥과 조종간 문에 구멍이 뚫리며 비행기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북한으로 가서 영웅이 되려는 용대의 굳은 의지와 협박에 처음에 두 조종사는 북한으로 가는 척한다. 남한의 마지막 작은 활주로를 찾아 착륙하려 하지만 용대에게 곧 발각되고 주조종사는 용대의 폭력에 시야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처를 입게 된다. 북한으로 넘어가기 직전 뒤에 앉아 있던 항공기 보안관이 용대를 뒤에서 총으로 사살하지만 그가 들고 있던 폭탄의 안전핀이 빠져 떨어져 위험도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다. 폭탄이 터지면 그야말로 승객들은 모두 사망하게 되는 일촉즉발의 상황. 순간 태인은 폭탄 위로 몸을 날려 최대한 자신의 몸으로 폭발의 파장을 막는다. 



* 폭발의 여파로 태인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피를 철철 흘리는 장면을 보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단순히 주인공(하정우)이 멋있게 나오게 하려고 각색한 장면일 것이라며 반신반의했다. 영화지만 영웅 이미지를 만들려고 너무 애썼다고만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자신의 몸으로 폭탄 위를 덮을 생각을 할 수 있지? 오장육부가 다 날아갈 텐데. 으, 끔찍해! 허풍이 너무 심하다. 그 고통은 어쩌고? 할리우드 영화가 과장되었다고 뭐라고 할 게 아니네.'



영화가 끝나갈 무렵부터 나의 충격은 시작되었다. 우선 주인공은 죽지 않을 것이고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태인은 항공기 안에서 죽었고 그를 제외한 승객과 승무원은 모두 살았다. 



두 번째 충격은 앞에서 언급했듯 이 모든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사소한 디테일은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었다. 영화에는 기장이 두 명 나오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3명이었고 하정우가 맡은 역할 대상인 부기장은 실제로 수습 기장 전명세 씨였다. 기체에서 사망하지는 않았지만 병원으로 호송 중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범인의 경우 강원도 출신이기는 하나 영화에서처럼 북한 공작원으로 오해를 받은 증거가 있지는 않았고 추측에서 나온 이야기가 포함됐다. 



* 이 영화를 보며 공통점이 있는 소재로 나온 두 편의 영화가 있다. <허드슨강의 기적(Sully 2016년)>과 <비상선언(2022년)>이 그것이다. 항공기에서 벌어진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나 원인과 소재면에서 다른 부분이 많다. 어느 경우가 더 위험하고 대단한지 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지만 <하이제킹>에 나오는 실존 인물의 행동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인간애와 희생을 보여준다. 



참고로 <허드슨강의 기적> 또한 실화가 바탕인 영화나 불시착의 원인은 새와의 부딪침과 엔진 고장이었다. 두 번째 영화 <비상선언>은 허구 영화로 바이러스의 치명적 위험과 사이코패스 범인의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내가 만약 승무원의 한 일원이었다면 고인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아무리 훈련을 받고 서약을 해도 섣불리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한 분의 숭고한 희생이 수많은 사람을 구하고 역사를 바꾸었음에 감사하고 기억할 뿐이다. 




* 참고 기사 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634264&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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