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청 창의적인 사람이라 누군가를 따라 하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따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 괜찮은 게 있더라도 똑같이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최대한 비슷하게 나만의 색깔이나 느낌이 담기는 정도로 벤치마킹은 한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나만의 것을 추구하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걸 좋아하고 즐긴다.
사소하게는 연인 관계에서도 그렇다. 사랑하면 닮는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함께 지내고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동화되어가는 건 느끼지만 내가 오빠의 모습 중에 닮거나 똑같아진 모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오빠가 나를 완. 전. 따라 하는데 닮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2명인 수준,,,ㅎㅎ
나는 장난도 좋아하고 애교도 잘 부리고 가끔 똘끼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이상한? 추임새나 행동, 반응, 소리와 같은 비언어적인걸 정말 많이 하는데 매번 새롭고 다르고 또 새로운 게 나온다. 그리고 오빠는 아주 정확히 내가 한 모든 행동과 말과 애교 같은 걸 다 - 따라 한다. 처음에는 인지조차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디서 많이 본 행동이나 어디서 많이 들은 장난이 다 예전에 내가 했고 더 이상 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때부터 오빠에게 별명을 붙여줬다.
너는 카피 봇이야 �
오빠는 카피 봇이라는 별명을 너무 좋아한다. 사실 이렇게 카피하는 능력을 나에게만 쓰는 건 아니다. 오빠의 과거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들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카피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는 거다.
한편 나는 내 것만 고집하고 이 세상에 없는 단 하나, 나만의 것을 엄청 집착하는 편이라, 오히려 남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여유가 없었다. 꼭 남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다는 아니지만. 언제나 열려있는 오픈마인드와 배움의 자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장점이다. 오빠의 긍정적이고 겸손하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는 나에게 없는 장점이라 내가 배우고 닮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장난과 재밌는 소스들을 새롭게 만들어내서 오빠가 카피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야지.
어찌 보면 참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 배려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유로이 수용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부딪히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아이스 스케이트 장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같은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는 규칙 1과 안전거리를 확보한다는 규칙 2와 속도를 빨리 내지 않는다는 규칙 3과 헬맷과 보호장비를 착용한다는 필수 규칙 4만 잘 지킨다면 큰 사고가 없듯.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대화를 많이 하고 어떤 선을 지켜야 되는지 알며 서로의 바운더리가 어딘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한 거 같기도 하다.
사랑하면 닮는 것 이상으로 서로에게 없는 모습을 배우고 빈 곳을 채워가며 더 사랑하고 싶다.
언제나 나를 카피해서 나를 웃게 해 주는 오빠의 카피 매력에 오늘도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