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다.

by 전대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뭘까.


누구나 감동하고 놀라워하는 광고 기획서 써오기, 판매율 300% 달성하는 바이럴 마케팅 아이디어 내기, 수만 명의 고객을 끌어모을 팝업스토어 만들기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나의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해봐. 그리고 마음껏 실험해봐."라는 이야기를 아무도 해준 적이 없으니 말이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회사 안에서 나의 역할을, 나의 일을 나 스스로가 찾는다는 것, 발견하기 위해 나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 나의 잠재력과 나의 능력을 온전히 믿어준다는 것. 이 모든 게 새로웠다.


이 조직은 무엇보다도 안전지대와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원이 연결되어 있다.


나의 시간을 갈아 넣어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길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하는 말, 생각, 행동들을 존중해주고 그것이 다 의미가 있고 또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나 조차도 그 과정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할 때 의미를 발견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나의 첫 프로젝트는 아주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한 달 뒤에 있을 회사 워크숍을 준비해야 한다는 테디(대표님)의 말을 듣고, 내가 자진해서 해보겠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벤트, 행사 기획은 늘 해왔으니 자신 있었다.


먼저 테디와 와우디자이너(멤버)들을 인터뷰했다. 워크숍을 가는 목적은 무엇인지, 꼭 넣고 싶은 아젠다가 있는지, 예산은 얼마인 지 등. 인터뷰 내용엔 정답은 없었다. 테디의 손과 발이 되어 테디의 생각을 실행하는 일을 맡은 것이 아니다. 테디는 많은 아이디어 중에 하나를 보태주셨고, 다른 와우디자이너(멤버)들이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듣고 목적에 맞게 기획했고, 성공리에 끝났다.


우리는 어쩌면 작은 성취가 필요한 걸 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나의 자리와 의미를 찾아가는 게 필요한 걸 지도 모른다.


과거엔 내가 이 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내가 잘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발견하고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고, 기다려주지도 않았다. 그저 고용주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혹은 기대하고 있지만 정확히 나에게 이유와 목적을 설명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나의 몸을 무작정 던져버렸거나 혹은 던져버리라고 했다.


처음부터 나의 역할과 할 일을 정해준다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내가 뛰고 날 수 있는 거리를 정해주는 것과 같다. 당장 인력이 필요한 곳에 투입이 되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거들 순 있으나, 3자의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며, 맡은 일을 해낼 순 있어도 맡은 일을 더 큰 방향으로 이끌며 또 다른 성취를 얻기는 어렵다.




대표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뭘까.


직원을 믿어주고 존중해주고 충분히 고민하고 실험하며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은 직원들이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는 곳이고, 대표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내는 곳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초반에는 조직문화가 좋아 보이고, 트렌디하고 힙해 보이고, 모든 게 허용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유도와 믿음과 신뢰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스타트업이 탄탄한 게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조직 문화가 좋은 '척'을 하느냐, 진짜 그 조직문화로 정착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있는 이곳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모호함과 자유한 일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제는 모호함을 명확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자유한 과정에서 더 많은 실험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얻는 방법을 안다. 우리는 서로를 여전히 믿고 존중하며 질문한다. 끊임없이 실험하고 테스트하며 계속해서 발전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우리가 되기 위해 부단히 성찰하고 배운다.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 일들이 조금은 쉽게 느껴지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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