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포옹이라고 대답한다. 서로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지만 몸은 서로를 향한 것도 좋고, 심장이 맞닿는 순간도 좋다. 특히 나보다 키가 훨씬 큰 오빠에게 안길 때면 오빠만의 동굴에 들어간 기분이 든다. 더위에는 강하지만 추위에는 엄청 약한 내가 요즘 같은 추위에 옷을 5겹 입고도 추워서 벌벌 떨면 오빠의 코트를 활-짝 열어 오빠의 동굴 속에 나를 데려간다. 그 순간 모든 차가운 공기가 차단되고 아침에 뿌린 오빠 향수에 취한다. 그리고 가만히 귀 기울인 채 기다리면 오빠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가끔은 오빠 얼굴을 보며 안기고 싶을 때가 있다. 키 차이가 40센티 정도가 나면 보통 때에는 얼굴을 보며 안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또 기회가 너무 없는 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상상도 못 했겠지만 현대에는 그런 기회가 곧잘 찾아온다.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순간.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내가 먼저 타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내가 늦게 탄다. 그러면 잠깐이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시간에는 눈높이에 맞춰 서로를 볼 수 있고 내가 와락 오빠를 안거나 뽀뽀를 마구마구 할 수 있다. 키 차이가 나지 않는 커플은 공감 못 할 에스컬레이터 포옹.
오빠가 안아주는 것도, 뽀뽀해 주는 것도 다 좋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에게 사랑 표현해 주는 것이다.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라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데, 오빠도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사랑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조금 얄궂을 수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뽀뽀해 주거나 안아 주는 걸 즐기는데 그때마다 오빠는 눈치 보지 않고 나에게 애정 표현을 해준다. 물론 누가 봐도 눈살이 찌푸러지는 애정표현은 하지 않는다. 정말 귀여운 뽀뽀나 포옹 정도? 그러나 내 경험상 이런 걸 엄청 낯부끄러워하는 경상도 남자들이 많았다. 남 눈치 보는 것도 싫고, 남 때문에 나한테 애정 표현하는 못하는 것도 정말 싫었는데, 오빠는 정말 호주 사람인가 보다. 언제 어디서나 나에게 사랑한다 말해주고 뽀뽀해 주고 안아주는 오빠가 너무 좋다. 눈치 보지 않고 애정 표현 잘해주는 오빠의 매력에 오늘도 빠져든다.
#사랑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