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 기간엔 하루가 꽤 규칙적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오빠가 출근하기 전 온 가족이 아침 산책을 하고 전투적으로 하루 육아를 끝낸 후 8시에 육퇴 하면 빠르게 낮동안 전쟁터였다는 걸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집을 빠르게 치우며 집안일을 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진짜 나의 세상. 운동도 가고 가끔 영화도 보며 행복하게 보냈던 지난날. 지금은 그 모든 게 꿈만 같다.
육아 휴직이 끝나고 일을 시작한 뒤 로건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나는 그 시간 동안 재택근무로 집에서 일을 할 뿐인데 뭔가 사뭇 다르다. 일 끝나자마자 6시에 어린이집 하원 후 저녁밥 차리고 먹이고 놀고 하다 보면 9시는 기본. 그래서일까 로건이가 9-10시 사이에 잠들기만 하면 집안일이고 집청소고 자기 계발이고 뭐고 기절해 버린다. 초등학생 때도 이렇게 일찍 자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지.
여기서 문제는 일 끝나고 육아 후 바로 기절해 버리는 탓에 집이 매일같이 전쟁터다. 오빠도 일 끝나고 밤 10-11시에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하고 힘들 텐데, 전쟁터 같은 집을 매일 같이 치우며 단 한 번도 "왜 이렇게 집이 어지럽냐"라거나 "나도 똑같이 일하고 힘든데 집에서 일하니 집 좀 치우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매일 고생했다며 다독여주고 내가 치울 테니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는 오빠. 정말 새벽에 혼자 깨어나 거실에 나오면 늘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정말 오랜만에 힘을 내어 온전히 오빠를 위해 집청소를 열심히 했다. 육아와 집안일이 당연히 나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돕고 또 도우려는 오빠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자신의 시간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품는 것이 아니라 더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는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매일 오빠의 사랑을 느끼고 있다. 오늘도 배려하는 마음에서 느껴지는 무언의 사랑의 매력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