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상처 사이, 그 균형을 배우다

심리학이 건네준 위로

by 애니유칸

최근 만난 한 엄마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아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엄마와 함께 쇼핑도 다니고, 엄마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결혼을 하자, 180도로 변했다.


모든 중심이 아내 쪽으로 옮겨간 듯하고, 엄마가 정성껏 차려준 밥상은 항상 뒷전이고, 아내와 밖에서 식사하고 들어오는 날들이 반복되자, 그녀는 서운함을 쏟아냈다.
아들은 엄마가 힘들까 봐 그런다고 하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엄마와 아내 사이에서 의견이 갈라지자, 아내 편만 드는 아들을 보면서 깊은 상처를 받은 것 같다.


“그래도 대놓고 편들지 말고, 내가 없는데서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할 때, 억눌린 분노와 상실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 느낌 나도 안다, 그 서운함의 무게


그 엄마의 마음을 나도 알 것 같다. 나 역시 한때 똑같은 서운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여자친구가 생기자, 완전히 달라졌다. 그때 느낀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함으로 찾아왔다.

아들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렸고, 상실감은 깊어졌다. 나도 그때는 그 엄마처럼 “내 아들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다른 엄마가 말을 건넸다.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 더 나이가 들면 달라질 거예요. “


“한 마흔 쯤 되면 엄마 마음을 이해할까요?”

분명 위로의 말이기는 한데…,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들이 언젠가는 변할 거라는 희망에 기대어 긴 세월을 견뎌 보라는 체념의 목소리다. 정말 아들이 마흔이 되면 달라질까? 그럼 그때까지 엄마는 긴 세월을 서운함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걸까?


나 역시 다른 엄마와 똑같이 배신감과 서운함을 느꼈었다, 그러나 그 마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심리학 덕분이었다.


심리학이 알려준 새로운 시선


심리학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 배우자나 사회적 관계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을 "대상관계의 분화(Object Relations Differentiation)’라고 설명한다.

어릴 적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아이가 점차 다른 애착 대상 중심으로 삶을 확장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다.


즉, 아들이 여자친구나 아내와 더 가까워지는 것은 엄마를 버린 것이 아니라, 독립한 성인으로 자리 잡아가는 증거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 마음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감정적 재구성(Emotional Reframing)'을 통해

“아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을, "아들이 건강하게 독립했다”는 새로운 해석으로 바꾼 것이다.


삶의 중심을 나로 옮겨간다.


그 이후로 아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더 이상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늦게 들어오면 일이 있나 보다,

아들이 엄마가 해준 음식이 별로라 나가서 먹겠다면,

“오늘은 밥을 안 해도 되니 편안하다. 나를 위해 사용할 시간이 많아졌구나"하고 오히려 반길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의 연락이 뜸하면, 혼자 쇼핑도 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도 만나며, 뭔가 색다른 일을 찾아 나선다.

아들의 정서적 실제적 독립을 계기로, 그동안 아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찾았던 엄마에서, 나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엄마로 생각의 전환을 한 것이다.


더 이상 아들이 변하기를 기다리며, 서운함을 애써 감추며 기다리는 수동적 행복에 의존하지 않는다. 행복은 아들의 몫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 그 서운함은 아들의 몫이 아니다.


‘아들을 빼앗긴 엄마’는 아들의 사랑을 갈망하며 불행해진다. 하지만 ‘나를 찾은 엄마’는 아들의 독립을 응원하며, 자신의 삶을 채우는 기회로 삼는다.



나는, 그 엄마에게 이 말을 해 주고 싶었다.

“아들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나를 찾을 기회를 얻으신 겁니다. 서운함은 아들의 몫이 아닙니다. 그 감정은 엄마가 스스로 다루고 치유해야 할 몫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아들과도 더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아들의 독립은 상실이 아니라, 내 삶의 새로

운 시작이 될 수 있다. 나는 이제 엄마라는 역할에만 묶여 있지 않는다.

엄마이면서도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법을 배웠다.

아들을 통해 상처받고, 또 아들을 통해 성장하며, 결국 ‘나’를 다시 찾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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