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 한번 해볼까?

심리적/뇌과학적 근거

by 애니유칸

언젠가부터 ‘멍 때리기’는 하나의 유행을 넘어 현대인의 필수 휴식법처럼 자리 잡았다. 불멍, 물멍, 하늘멍… 그리고 멍 때리기 명상법까지 등장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지쳐있던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행위는 일종의 해방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리더십 세미나 마지막 날, 참석자들의 멍 때리기 경험담은 그 유익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들은 10분간의 짧은 멍 때리기 체험으로 눈물을 흘릴 만큼 깊은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멍 때리기는 자신을 향한 허락이었다. 잠시 멈춰도 괜찮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락…, 쫓기듯 살아온 삶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나는 왜 ‘멍 때리기’에 실패했는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 10분간의 멍 때리기 체험을 하였건만, 내게는 그들처럼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혹시 나는 멍 때리기를 잘못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이미 일상 속에서 멍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처럼 바쁘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 의해 짜여진 시간을 역행(逆行)하는 사람이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을 즐긴다. 오히려 10분이라는 형식적 멍 때리기에 내 몸이 저항한 것이다.


세상이 아직 잠든 고요한 새벽,
나는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하루를 연다. 창밖에는 하얀 아이스버그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그 뒤로는 하늘빛 플럼바고 꽃잎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리고 그 위를 노란 나비들이 꿈처럼 나풀거리며 날아다닌다.


나는 이 작은 행복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새벽의 단잠을 깬다.


나는 편안한 소파에 몸을 맡기며, 마음 깊은 곳에서 흐르는 감정들을 느낀다. 기쁨, 설렘, 그리고 미묘한 그리움까지,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스며든다.

나는 그 순간, 세상과 나 사이에 잠시 생기긴 아주 작은 틈을 느낀다. 그리고 그 틈으로 삶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조금씩 다가온다.

그때 떠오른 글감이나 생각은 나에게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이다. 이것이 바로 나만의 멍 때리기다.


멍 때리기의 본질은 생각 없음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을 통제하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 멍 때리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흐름 그 자체다.


멍 때리기의 심리적, 뇌과학적 효과


우리의 뇌는 특정 목표에 집중할 때 활성화되는 전전두엽과 같은 부위가 있다. 우리는 바쁜 일상에서 문제 해결, 의사결정, 미래 계획 등 끊임없이 이 전전두엽을 사용하며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멍 때리기는 이렇게 과부하된 뇌에 의도적으로 휴식을 주는 행위이다.

이때 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를 활성화시킨다. DMN은 외부 과제에 집중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뇌의 신경 회로망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고, 타인의 감정을 헤아린다.

또한 나 자신을 성찰하는 등의 무의식적인 내면 작업을 담당하기도 한다. 멍 때리기는 바로 이 DMN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멍 때리기의 다양한 얼굴


모든 사람에게 멍 때리기는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멍 때리기는 '목표'가 아닌 태도의 문제이다.


번아웃 상태에 있는 사람: 멍 때리기는 의도된 휴식이자 심리적 치료가 된다. 뇌가 스스로를 회복하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제공한다.


일상의 여유를 실천하는 사람: 멍 때리기는 영감과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이미 이완된 상태에서 뇌의 창의성이 극대화되고,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결국, 멍 때리기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방식으로 뇌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행위다.


그 방식이 10분간의 명상이든, 좋아하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든, 혹은 그저 글을 쓰며 사색에 잠기는 것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통해 나 자신과의 온전한 만남을 갖는 것이다.


혹시 지금, 멈추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오늘 단 5분이라도 하늘을 바라보며, 불꽃을 보며, 물소리를 들으며…,


멍 때려 보시길 추천드린다.

그 순간, 당신의 마음은 조용히 회복되고, 새로운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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