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지키는 심리학
나는 스스로를 “죽음에 초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뒤이어 알 수 없는 냄새가 코를 파고들며 온몸을 잠식해 왔다.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아, 나 이렇게 죽는 건가..?”
너무 무서워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지금 죽는 거야? “
내 목소리는 떨렸고,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막상 죽음을 직면하는 순간, 내 머리는 하얗게 되었다. 그 사건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라틴어로, 네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의 유래는 고대 로마시대로부터 시작되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군이 수많은 군중의 환호와 함께 개선 행진을 할 때, 한 노예가 그 뒤를 따라오며 이렇게 속삭였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넌 단지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개선장군이 승리감에 도취되어 오만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 영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한 의식이었다고 전해진다.
‘메멘토모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유한함을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닫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메시지다.
고대 철학자들은 늘 우리에게 죽음을 잊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삶을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치열하고 충만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본 것이다.
‘메멘토 모리’는 단순히 죽음을 두려워하라는 경고가 아니다. 죽음이 언제든 다가올 수 있음을 기억하라는 것은, 우리가 가진 오늘 하루를 더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를 설득하기에 철학적 지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심리학 속에서 더 구체적인 답을 찾았다. “테러 매니지먼트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 TMT)”이다.
이 이론은 인간이 죽음을 의식할 때, 생겨나는 불안과 두려움을 설명한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죽을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 모순을 견디기 위해 인간은 두 가지 심리적 전략을 사용한다.
첫째, 문화적 세계관에 자신을 연결한다. 종교, 철학, 공동체와 같은 의미 체계를 통해 “나는 의미 있는 세계의 일부다”라고 믿으며 불안을 완화한다.
둘째, 자존감을 지킨다.
”나는 가치 있는 존재다”라는 확신이 죽음의 공포를 줄여준다.
돌아보면, 그 두려움의 순간 나는 어떤 의미 체계에도 기대지 못했다. 그래서 죽음이 너무나도 차갑게, 다가왔던 것이다.
작년, 나는 그리스 난민 선교 사역에 참여했다. 전쟁을 피해 배를 타고 건너온 이들은 매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어린아이와 여성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피난길에서 겪은 학대와 성폭력, 가족을 잃은 상실, 끝없는 불안.
그들에게 죽음은 준비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나는 그들이 꿋꿋이 삶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또 다른 삶의 답을 얻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단지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과 함께하며 지금 이 순간을 더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