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와 습관 사이
⟪심리학과 함께 하는 내 마음 치료⟫연재를 통해, 나 자신의 ‘마음 치유 과정’을 심리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글 속에서 어린 시절의 나와 만나고, 아이를 양육하며 겪은 속앓이, 인간관계 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들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그 상처들이 심리학을 만나 어떻게 회복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조심스레 기록한다. 내 삶 속에서 심리학은 언제나 나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최근, 또 다른 문제가 내 삶에 찾아왔다.
몇 달 전부터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을 멀리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요가를 하고, 식사 후에는 하루 세 번씩 20분간 러닝머신을 뛰곤 했다. 땀을 흘릴 때마다 몸은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도 차분히 정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그 일상의 습관이 무너지니, 신체 리듬도 깨져버렸다. 또 집안에만 머물게 되니, 식사량은 두 배로 늘어났고, 체중은 어느새 꽤 많이 늘어났다. 배가 나오니까 숨이 차고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다. 물론 예쁜 옷도 입을 수가 없다.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몇 번이나 운동과 다이어트를 시도해 봤지만, 의지박약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전문 코치와 계약을 하고, 코칭을 받기로 했다. 처음 회기에서는 동기부여도 받고 의욕이 넘쳤다. 하루 30분 걷기, 음식량 줄이기, 물 많이 마시기, 잠 잘 자기… 등, 계획은 그럴듯하게 세웠다.
하지만 결국 나는 단 한 걸음도 내딛지 않았다. 손목이 아프다, 발목이 아프다 하면서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사실은 ‘귀찮다’는 핑계가 더 컸다. 코치와의 두 번째 회기, 세 번째 회기도 똑같았다. 코치는 묻고 또 물었지만, 나는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
코칭이 무슨 소용 있어?
내가 실행하지 않으면
변화되지 않는 거잖아!
속으로 징징대던, 그 순간,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다. 문제는 코치가 아니었다. 나였다
돌이켜보니, 나는 코칭의 본질을 잠시 잊고 있었다.
코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코치는 질문을 던지고, 내가 스스로 답을 찾아내도록 돕는 동반자다. 그런데 코치가 나 대신 내 습관을 바꿔주기를 기대했다. 결국 내 삶의 운전자는 나 자신이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나를 스스로 코칭해 보자
이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바로 펜을 들고 종이 한 장을 펼쳤다. 그리고 지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셀프 코칭' 시스템 ‘개인 맞춤형 코칭 5단계’를 만들었다.
1단계: 현재 인식하기
첫걸음은 언제나 현실을 인정하고 직면한다.
“나는 지금 배가 나왔다. 그런데 운동하기 싫다.”
이 사실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솔직하게 나의 상태를 바라보는 것. 변화는 언제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2단계: 목표 재설정하기
‘그동안 살을 빼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지치게 했다. 대신 나는 목표를 ‘얻고 싶은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운동을 해서 활기찬 내가 되고 싶다.” 체중이 아니라 에너지, 숫자가 아니라 ‘내 삶의 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3단계: 초소형 행동 계획하기
지난번처럼 무리한 계획은 이제 세우지 않는다. 20분 걷기가 아니라,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아 보이지만, 단 한 번의 성공 경험이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불러일으킨다.
4단계: 즉각적인 보상 설계하기
행동이 성공했을 때. 바로 보상을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걷기를 마친 뒤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좋아하는 음악 한 곡 듣기 혹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잠시 쉬기…, 작은 즐거움이 작은 행동을 강화한다. 멀리 있는 보상보다 바로 눈앞의 보상이 힘이 된다.
5단계: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기
이 단계는 나를 가장 설레게 했다. 행동하기 전에 이미 성공했다고 믿는 것이다. '만약 내가 오늘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면, 저녁에는 어떤 기분이 들까?'
성공한 나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그 감정을 지금 느껴보는 것이다. 이 것은 미래의 나를 현재로 끌어오는 훈련이다.
⟪셀프 코칭 5단계⟫는 다음의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설계되었다.
1. B. F. 스키너(Skinner) 이론: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인간의 행동은 보상과 학습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는 원리다. 긍정적인 행동에 긍정적인 보상을 연결하는 것은, 나 자신을 훈련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2. 알버트 반두라(Bandura) 이론: 사회학습 이론(Social Learning Theory)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이 행동의 성패를 좌우한다. 작은 성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3. 긍정심리학: (Positive Psychology)
이번에는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 대신, ‘건강하고 활기찬 내가 되겠다’는 긍정적인 목표에 집중한다. 나의 강점과 즐거움을 활용하여, 변화 과정을 힘든 싸움이 아니라 흥미로운 성장 스토리로 만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몇 달 전부터 나는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었다. 코치를 만나 동기부여를 받고, 운동 계획을 세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늘어만 가는 뱃살로 점점 외출의 빈도는 줄어들고 공허함과 무력감은 더 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언제나 ‘행동하는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사실을 인정하자, 오히려 마음은 가벼워졌다.
실패는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이끌어 준 발판이 되어 준 것이다.
나에게 가장 강력한 코치는 바로 나 자신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미루고 있지는 않는지요?
수없이 다짐만 하고 결국 실행하지 못한 경험이 떠오르지 않나요?
괜찮습니다. 실패는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중요한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한 걸음부터입니다.
현관문을 나서는 것, 운동화를 신는 것, 오늘 저녁 야식을 참는 것, 그 작은 행동이 쌓여 당신의 내일을 바꿀 것입니다.
행복도, 건강도, 삶의 의미도 누군가 대신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만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