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위어의 '헤일메리 프로젝트"를 읽고.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뉴스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을 때, 직장 내에서 잠깐 한강의 소설을 돌려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유일한 한강의 소설을 가져와서 (대부분 그 한 권을 읽고는 힘들어서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도 마음먹지 못했다고들 한다… 나 역시도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아팠달까.. 같이 이유로 다음 책을 읽기를 망설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였다.) 없는 사람 또는 다른 책을 가진 사람들과 나눠 읽거나 바꿔 읽었다. 적어도 군중의 지적 호기심이나 허영심이 잠깐이나마 독서 붐을 일으켰달까.
내가 가져온 "소년이 온다"를 읽겠다던 동료가 "채식주의자"와 함께 내민 책은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 메리"였다. 자신과 음악 취향이 비슷하다며 틀림없이 도서 취향도 같은 것 같다며 함께 추천한 책이었다. 자신은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다며.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으로 영화화된 "마션"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읽던 와중에 나를 절망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나의 비루한 상상력이었다. 아니, 창의력일까? 내용 자체가 실제로 본 적이나 경험한 적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모든 내용을 내 과학 지식수준으로 이해하며 상상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난 물리와 지구과학 등을 싫어했다=고로 못했다는 거다.)
신비한 외계생물 아스트로파지도, 에리디언 로키도, 우주선도,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내용도 100%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렇게 안타까울 줄이야.
그러다 문득 고등학교 때 화학을 좋아하고 성적도 곧잘 받았던 내가 대학에서 어쩔 수 없이 유기화학을 하게 되면서 절망하게 되었던 일이 떠올랐다. cis, trans 어쩌고에서 헤매기 시작해서 링플립에서 플립 된 구조를 상상해야 하는 지점에 이르러서는(사실 상상이라고 할 수 없는, 계산에 의한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지만 나는 상상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정말이지 포기하고 싶었고 화학에 재능이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위로한 '난 상상력이 부족한가 봐'를 여기서 다시 외치게 될 줄이야.
그 비루한 상상력에 완벽히 그려낼 수 없었던 우주의 장면에도, 그릴 때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로키의 모습에도, 상상할 때마다 달라지는 그레이스의 인상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로봇 손들의 제멋대로를 상상하고, 로키와 그레이스의 우정이 가능할까를 가늠하면서 몰입하여 웃게 하고 감동받게 하며 눈을 뗄 수 없었던 이 책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아서 기록에 남겨두고 싶었다.
비록 상상력은 부족할지라도.